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괴물이 세계경제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경기가 침체하면 소비 감소-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케인스적 학설을 신봉하고 있던 당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예컨대 1974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6%였는데 물가상승률은 13%를 넘었다. 경기침체(Stagnation) 속의 물가앙등(Inflation)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그때 나왔는데, 다름아닌 제1차 석유파동이 그 원인이었다.
■유가와 경기가 일심동체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확고하게 입증되어 있다.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미국에는 2차대전 이후 8번의 크고 작은 불경기가 있었다.
그중 74~75년과 80~82년이 가장 심각했는데 1·2차 석유파동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반대로 1950~70년대초 구미(歐美)경제의 황금시대나 90년대 중반부터 미국경기의 경이적인 고속성장 행진은 모두 저유가 덕분이었다.
■최근 3차 석유 파동이 우려되는 가운데 유례 없는 사회현상이 유럽에서 분출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유류 소비자들의 성난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주에는 유럽 20여개국 6백여 도시에서 고유가에 항의하는 ‘차 없는 날’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점입가경이다.
중동 산유국이 아니라 자국 정부가 이들의 표적이라는 사실이 또한 흥미롭다. 유류에 고율 세금을 매기는 자국 정부에 고유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유류값이야말로 단연 세계 최고다. 휘발유의 경우 단순비교상 영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지만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영국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국제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만큼 국민이 값비싼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유럽 국민들이 세금에 걸맞게 안정된 에너지 환경과 쾌적한 인프라를 누리는 것에 비하면 우리 국민은 측은할 정도다. 하라면 하라는 대로 따르는 ‘순한 양’들을 정부는 언제까지 쥐어 짤 것인가.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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