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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이제야 효도한 기분"

입력
200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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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어머니에게 효도한 기분입니다."한국 펜싱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딴 이상기(34.이리시청)는 효자로 소문나 있다. 결혼해 아들까지 두었지만 늘 어머니 이병지(68)씨를 생각하며 메달을 꿈꿔 왔다고 한다.

끼니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가난했던 집안 살림. 3남3녀의 막내인 이상기는 6세때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의 고생을 옆에서 보며 커 왔기에 마음이 각별하다.

불우한 생활에서 펜싱은 이상기의 유일한 삶의 돌파구였다. 김제 중앙중 2년때 단지 특기자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꿈 하나로 칼을 잡았다. 건장한 체격의 아버지를 닮아 키는 컸지만 체력이 약해 다른 운동에 비해 체력부담이 크지 않은 펜싱을 택했다.

날품팔이, 보따리장사, 채소장사 등 남편과 사별한 후 안해본 일이 없는 어머니는 언제나 그런 아들이 안스러웠다.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서 이상기가 딴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었을 때 가장 감격스러웠다는 그는 아들의 동메달 따는 장면을 지켜보며 "부모 잘 만났으면 편하게 공부했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글을 잘 읽지 못해 신문에 나오는 아들의 기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어머니 이씨는 "상기가 태어날 때 상기 아버지가 연싸움에서 다른 사람들의 연을 모두 끊어 버리는 태몽을 꿨다"고 소개했다.

동메달을 딴 소감에 대해서는 "막둥이가 30대 중반이 되도록 고생하는 게 내 탓인 것 같다"며 오히려 안쓰러워했다.

한편 타고난 성실성과 몸관리로 15년째 붙박이 대표선수로 활동하며 이번 올림픽 한국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이상기는 시드니로 출발하기전 어머니에게 대한체육회에서 선수단에 제공한 동충하초를 드리고 왔다고 털어 놓았다.

주장답게 한국에 쾌거의 동메달을 안긴 그는 "어머니를 비롯 그동안 묵묵히 고생해온 아내와 아들에게 조금은 보답이 된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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