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입구 천막 안.한솥밥 식구나 다름없는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노조측에서 전공의들의 ‘진의’을 듣기 위해 요청한 자리였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것이 뻔한 현행 의약분업 제도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요.
의료개혁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대위 대표들의 한결같은 요구였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규칙’이 제정된 지 34년만에 처음 ‘반기’를 든 전공의들의 주장은 크게 보면 약사법 재개정과 의료개혁 두 가지다. 비대위 관계자는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월부터 본격 시행된 의약분업 내용을 담은 개정 약사법은 한마디로 ‘개악(改惡)’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의사들에게는 환자 투약을 금지시켜 놓고 약사들에게는 환자에게 증세를 묻고(불법진료)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낱알로 섞어파는 행위(임의조제)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대체조제도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했을 뿐이라는 게 전공의들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약사들은 “의약분업 반대를 위한 억지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약사법 재개정 못지 않게 전공의들이 벼르는 부분이 의료보험 재정문제를 포함한 보건의료제도 개혁이다.
개혁요구의 핵심은 1988년 정부가 약속한대로 지역의료보험료의 50%를 국고에서 당장 지원하고 보건의료발전특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고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30% 줄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레지던트 2년차 L씨는 “다소 무리한 요구인 줄 알지만 의료계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업의도 아닌 전공의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곤혹스럽다”면서도 “전공의들 주장대로 할 수 있다면 벌써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의 문제도 제기한다. 240개 수련병원들이 교수나 전임의를 확충하기보다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련병원 지정 권한을 병원협회에서 의사협회로 이관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도 이러한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E대 병원 일반외과 레지던트 3년차 K씨는 “전공의 파업사태에는 수련병원들의 ‘방관’도 한몫 했다”며 “병원 경영자의 생각을 바꿔놓는 것도 중요한 투쟁목표”라고 전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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