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헌법적 분쟁 및 헌법의 제·개정에 충분히 대비하고 연구하는 헌법기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15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진 윤영철(尹永哲·63) 3대 헌법재판소장은 “12년이란 일천한 역사지만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최고 헌법기관으로서의 토대와 위상을 확립해 왔다”고 평가한 뒤 “통일을 대비하는 제2의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소장은 헌재 사상 처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겪기도 했다.
윤소장은 이와 관련,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관이 과거 인연이 있었던 계층이나 집단에 얽매혀 공정성을 벗어난 판단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부분은 헌재와 나 자신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6공(共) 당시 ‘유치장 불법감금’사건에서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려 피의자 인권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 소장은 이날도 “국민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헌법재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헌재 관련 규정의 개정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또 윤 소장은 법관 출신으로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구체적 사건을 판단한다”며 “35년 법관 생활 동안 지켜온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헌법기관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 선생의 손녀사위이자 호남 법조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윤 소장은 지난 94년 퇴임한 뒤 그동안 변호사 업무를 봐 왔으나 재야 시절에도 ‘법관들의 모범’이란 평을 받아 왔다.
한편 권성(權誠), 김효종(金曉鍾), 김경일(金京一), 송인준(宋寅準) 재판관 등 신임 재판관 4명도 윤 소장과 함께 이날 취임식을 가졌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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