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장관과 타부처 말단 사무관(5급)이 편지와 전화로 수협 정상화 방안을 놓고 격의없는 토론을 벌여 화제다. 사무관이 자기 부처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조차 드문 관가 생리상 이같은 경우는 이례적이다.발단은 수협 공적자금 투입 실무 담당인 재정경제부 J 사무관이 최근 장문의 e_메일을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 장관 앞으로 보낸 것. 그동안 재경부와 해양부는 이 문제로 수개월 동안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다.
편지는 ‘존경하옵는 노 장관님께’로 시작했지만, 내용은 해양부 입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요지는 “막대한 부실에도 불구, 자구노력(신용사업 분리)도 없는 수협에 1조원 넘는 돈을 투입하자는 해양부 주장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특히 노 장관이 당장은 어민들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으름장’도 들어있었다.
다음날 J 사무관은 기대하지 않았던 노 장관 전화를 받았고,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노 장관은 수협의 신용사업부를 분리, 클린화하는 것이 사실 합리적이지만 어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자신의 고충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노 장관은 대신 수협의 현체제를 유지하되, 신용사업부를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임원 임명권을 부여, ‘사실상’ 분리하는 방안을 생각중이라고 소개했다. J 사무관은 “노 장관이 검토중인 방안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모두 이로운 ‘윈윈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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