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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결한 삶 살다간 黃順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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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결한 삶 살다간 黃順元

입력
200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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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결한 품성을 지니고 한 평생 지조를 지켜온 어른을 잃었다.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부음을 알리는 신문기사들은 한결같이 문단뿐 아니라 사회의 정신적 사표(師表)가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시인으로 출발한 그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주옥같은 소설을 썼다. 그래서 소설을 시의 경지로 승화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황순원의 단편소설은 국어교과서에 실려 온 국민이 문장훈련을 하는 모범이 되었다. 글 속에 담긴 순수한 감정과 따뜻한 인간사랑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야 했던 때 사회의 화로불 역할을 하였다.

황순원의 작가정신은 투철했다. “소설가는 소설로써 말할뿐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며 일체 잡문을 쓰지 않은 일은 유명하다.

심지어 제자들이 펴내는 책에 서문까지 써주지 않았다. 식민지시기의 압제와 광복 이후의 혼란 그리고 6·25전쟁과 반독재 운동의 험난한 시기를 그는 순수문학을 감싸안고 보냈다.

한 분야에서 커다란 봉우리를 이룬 인물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던 것이 우리 사회의 폐단이었다.

학자와 대학관리자로 이름높았던 인사나 군의 최고지휘자가 정치계에 들어가 망신당하고, 거부를 쌓은 상인이 권력까지 탐하다가 실족하던 세태 등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소설가 황순원만은 온갖 유혹을 멀리하고 언제나 고결한 문인으로 남았다.

황순원의 이력서는 서너 줄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작품은 연보를 만들만큼 활발하게 발표했지만 헛된 명예나 자리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아 명함 한 장에 80평생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게 살아왔다.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명복을 삼가 빌면서 젊은이들이 그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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