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는 ‘엽기(獵奇)’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자면 기이한 일이나 물건을 즐겨서 좇아다니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영화나 그림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스갯소리까지 ‘엽기’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그런 엽기적인 현상을 최근 금융계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사건을 시작으로 평화은행, 중앙종금, 신협, 국민은행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점장이 업체 사장과 공모해 수개월동안 500억원 이상의 불법대출을 일삼았는가 하면, 은행원이 금고에 보관돼있던 21억원의 현금을 송두리째 털어간, 경악할만한 내용들이다.
일련의 금융사고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불안보다는 황당함이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등이 금융기관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부추겼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몇몇 부도덕한 행위로 금융인 전체가 매도되는데 대해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고객들은 그지없이 냉철해진다. 올 상반기 외국은행 국내지점 총수신액이 지난해말에 비해 24.7% 증가, 국내은행 수신증가율(12.6%)을 크게 앞질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화적인 ‘엽기’는 즐길지 몰라도 경제현실에 침투한 ‘엽기’는 단호히 거부하는게 국민들의 정서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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