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이 추석선물로 보낸 송이버섯이 이런저런 화제를 낳았다. 적대하던 북한 지도자가 귀한 선물을 보낸 뜻을 음미하는 것은 건성이고, 시중가격이 얼마라느니 누구는 선물받기를 거절했다느니 등의 가십성 뒷얘기가 무성하다.청와대는 맛있게 즐긴 데 비해, 야당 총재는 떨떠름해 했다는 전언은 우리 사회의 두 갈래 엇갈리는 대북시각을 잘 나타낸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서 송이처럼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
■선물 보낸 이의 뜻과 관계없이, 자연송이 맛보기가 언감생심인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지가 우선 걱정된다. 북한을 돕는 데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마냥 생색내고서, 답례로 받은 송이는 저희끼리 먹는다고 욕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탓이다.
송이 3톤을 온 국민이 맛볼 순 없지만, ‘이게 다 성원해준 국민 몫’이라는 인사치레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 손으로 빚은 송편 하나도 조상의 음덕을 기린 연후에 입에 넣는 게 전통적 예법이자 도리다.
■송이를 주변과 나눠 맛본 이들은 그런대로 상식을 따른 셈이다. ‘실향민에게 하나씩이라도 나눠주라’고 되돌린 이가 없어 아쉽지만, 남북화해의 조촐한 결실을 함께 음미하는 것을 하찮은 식도락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송이선물을 거절한 이들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으리라 본다. 진정한 화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집단초청이나 선물에 혹하는 것을 잔망스럽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달리 대안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일단 접어두자.
■역시 돋보이는 것은 송이선물을 거절하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전직 대통령이다. 김 위원장 규탄운동에 나선 마당이니 내팽개칠만도 한데 뜻밖이다.
그러나 그는 ‘남북 정상회담은 내가 먼저 할 뻔했다’고 자랑삼고 있으니,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에서 ‘과연 송이선물을 즐긴 이들은 모두 남북화해에 진심으로 동조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북한을 적대하던 보수세력이 화해의 결실과 기회는 또 먼저 누릴 것이란 서글픈 생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소심한 탓인지,‘김정일 송이’는 이래저래 뒷맛이 착잡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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