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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왜 외국인에만 친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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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왜 외국인에만 친절하나요?

입력
200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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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웨이와 도도로키의 한국문화 엿보기서울에서 유학을 하며‘한국‘을 체험하고 있는 중국인 추웨이쿠웨이후아씨와 일본인 도도로키 히로시씨. 두 사람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똑같이 한국인 배우자와 살고 있으면서 본지 ‘한국에 살면서’의 필진이기도 한 두 사람이 한국의 문화와 한국 남자, 한국 여자,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분은 어떤 계기로 한국에 왔습니까.

▲도도로키 = 제가 한국인과 인연을 맺은 건 1993년입니다. 당시 미국 네브라스카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매우 친절했어요.

아파 누운 적이 있는데 그들이 많이 위로해주고 간호 해주었습니다. 일본인보다 더요. 김광석 동물원 등이 부른 포크송이나 학생운동권의 노래에 도 끌렸지요.

사랑 타령만 하는 일본 노래와 달리 삶에 대한 의지나 희망 같은 것이 느껴졌지요.

▲추웨이 =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한국으로 건너가 공부도 하고 통신원으로도 일하라며 저를 보냈어요.

정신문화연구원에서 1년간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돌아가야했는데 한국사를 배우고 싶은 생각에 눌러 앉았지요.

-오시기 전과 비교할 때 실제 생활은 어떻습니까.

▲추웨이 = 중국에 있을 때는 한국 사업가나 유학생들의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한국에도 부정적 인상이 있었어요.

한국은 또 치안이 나빠 매우 위험한 나라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막상 와보니 치안이 잘돼 있었어요.

중국서는 해가 진 뒤 밖에 혼자 다니기가 무서웠는데 한국서는 밤 12시가 넘어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도도로키 = 일본서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습니다.

좁은 찻길로 차가 진입할 때 차 머리를 들이밀며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이나 이야기나 회의 도중 말을 자르고 자기 주장을 펴는 모습 등은 사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추웨이 = 저는 처음에 선배들이 반말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중국말에는 존대말 반말이 없잖아요.

같이 공부하는 선배들이 어느날 “밥먹었어?”하더라구요. 상당히 불쾌해 한번 항의를 했지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만큼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반말을 하는 것 같았아요. 그래서 그 뒤로는 선배들께 “말씀 낮추세요”라고 합니다.

▲도도로키 = 도로에 차간 거리가 있듯 사람사이에도 거리가 있는데 한국인은 그 거리가 아주 가깝습니다. 자주 모이고 챙겨주고.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한국의 술자리죠.

결혼 전에는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서 1주일에 2∼3회 마셨는데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심한 말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그러다보면 더 친해집니다.

폭탄주는 좋아하지는 않지만 억지로라도 한잔씩 먹이려는 모습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져요. 술잔 돌리는 것도 좋고요. 하지만 일본 친구에게 한번 술잔을 돌렸더니 “왜 강요하냐”며 화를 내더군요.

▲추웨이 = 중국과 비교하면 강제의 정도가 약합니다. 저는 중국서도 결혼식을 올렸는데 수백명 하객에게 일일이 술 한잔씩을 올렸습니다. 그중에는 흔쾌히 마시는 하객도 있지만 반대로 저희에게 도로 마시도록 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어요. 그 술들을 다 마시다보니 남편과 제가 거의 쓰러질 정도였어요.

-한국에 살면서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추웨이 = 한번은 시장에서 “이거 얼마예요”라고 값을 물었는데 상인이 퉁명스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잠시 후 제가 이것 저것 더 물어보았더니, 한국인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어요.

그 순간 참 의아했어요. 왜 외국인에게 더 친절할까. 그래서 저는 ‘한국인끼리 친절하게 대하기 운동’을 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내가 한국말을 더 잘해 정말 한국인처럼 보인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생각하니 더욱 한국인끼리 친절하기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도도로키 = 동감입니다. 한국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던중이었습니다.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기고 한국 잡지를 보고 있어서 저를 한국인으로 알았나봐요.

승무원이 처음에는 불친절하게 대했어요. 너무 화가 나 일본식 영어로 항의를 했더니 그때부터 일본인인줄 알고 갑자기 친절하게 해주었습니다. 친절은 내국인, 외국인 구별이 없어야 합니다.

▲추웨이 =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 대한 태도가 너무 달라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하고 예의도 별로 지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직접 상관이 없으면 막 대해도 된다는 생각은 세계화에도 장애가 될 것입니다.

-두분은 어떻게해서 한국분과 결혼했습니까.

▲도도로키 = 저는 아내를 인터넷 배낭여행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제 처도 역사와 지리, 여행을 참 좋아했어요. 올 4월 호남대로 정읍_노령 구간을 2박3일간 둘이서 함께 여행하면서 정이 들었습니다.

일본 여성에 비해 자기표현이 분명한 점도 좋았구요. 만난 지 네달만에 결혼했습니다. 물론 처가에서는 전화기 줄을 끊어버릴 정도로 반대가 심했어요.

하지만 처를 일본에 데리고 가 인사시키는 등 결혼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처가를 설득했습니다.

▲추웨이 = 5년 연애 끝에 결혼했어요. 대학원 선배였는데, 사실은 제가 1년간 줄곧 따라다녔습니다.

한국서는 여자가 따라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나봐요. 주위에서 남편에게 “아내를 얻느라 수고했네”라고 말하면 “제가 따라다녔어요”라고 했어요.

한국 남자에겐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뭐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요.

-한국인과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 적은 없었습니까.

▲도도로키 = 일본에서 부모님과 일본말로 집안의 경제적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처가 나중에 자기는 가족이 아니냐며 따지는 거예요.

처는 일본어를 모르거든요. 아내는 자기도 일원인만큼 일본어로 한 것을 매우 서운해했어요.

▲추웨이 = 시부모님과 남편이 시댁일로 상의하고 있는데 제가 먼저 의견을 말했어요.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안좋은 표정을 지으며 시댁 일에 며느리가 먼저 나서면 안된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중국서는 며느리들에게 충분한 권한과 발언권이 있거든요.

-추석이 지났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명절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도도로키 = 한국처럼 민족 대이동은 아니라도 중(中)이동은 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여자들만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가 음식 장만을 하고 설거지는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제가 도와줍니다. 추석때 처가에 갔는데 저와 제 아내는 신혼이라 큰 일은 안했지만 다른 여자 가족들은 종일 부엌에서 분주하더군요.

▲추웨이 = 중국서는 큰 일을 치를 때 음식 장만을 주로 남자가 합니다. 저희 시댁은 차례를 지내지 않기때문에 음식 장만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때 힘이 덜 들었어요.

-공부를 끝내고 자녀를 낳더라도 한국서 계속 살 작정입니까.

▲추웨이 = 어느 곳에서 살아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중국에서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한국이 살기가 더 좋습니다. 어느쪽이든 인생이 펼쳐지는 곳에서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도로키 = 처음에는 평생 한국서 눌러 살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있으면 일본에 가고 싶고 일본에 있으면 한국으로 오고싶고, 그렇습니다. 어쨌든 저는 한국에 와서는 인생이 잘 풀린 편입니다.

● 추웨이쿠웨이후아(崔桂花)

1971년 중국 베이징(北京) 근교 창핑(昌平)에서 태어났다. 중국 옌볜(延邊)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옌지만보(延吉晩報)사에서 1년간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1994년 한국으로 건너와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대 중문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지난해 8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 도도로키 히로시(轟博志)

1971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태어났다. 리쓰메이칸(立明館)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인 ㈜JALPAK에서 3년간 근무했다. 1998년 2월 한국에 왔으며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박사과정에 있다. 영남대로(서울_부산)와 호남대로(서울_제주)를 도보 답사한 뒤 올초 ‘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를 펴냈다. 올 7월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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