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경제 용어를 쉬운 속담으로 풀이한 논문이 나왔다.15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경제학 교육,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세미나에서 대구교육대 사회교육학과 김상규(金相奎) 교수는 ‘경제학 교육에서 속담 활용 사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김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보편화한 용어인 ‘도덕적 해이’를 ‘조상에는 맘이 없고, 팥죽에만 정신이 간다’는 속담을 들어 풀이했다. 워크아웃기업 경영진이 개인 착복에 혈안이 된 경우나 공적자금, 즉 세금을 집행하면서도 관리·감독에 소홀한 관리들도 모두 이에 해당한다.
또 재정 적자에 대해서는 ‘구멍 봐가며 쐐기 깎는다’는데 정부가 ‘미친 여편네 떡 퍼 돌리듯’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다면 이는 결국 ‘식솔들 부담(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흉년의 떡도 많이 나면 싸다’는 속담으로 설명했는데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돈 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공공투자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 실업 유발을 감수해야 하는데, 실업률과 인플레는 ‘세상에 공짜 점심 없고’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기 쉽듯’ ‘기회비용’ ‘상충(相衝)’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과다한 시장 개입으로 인한 ‘정부 실패’는 ‘셋방살이(대리인인 정부)가 안방 차지한다’ ‘행랑이 몸채 노릇한다’는 속담에, 시장경제의 장점은 ‘김매는 주인이 놉 아흔 아홉 몫 한다’에, 비생산성은 ‘한 푼짜리 푸닥거리에 두부가 오푼’에 비유했다.
김교수는 “최근 경제학 교육이 수학에만 의존하고, 철학이 없고, 서구이론에만 편중되는 등 사면초가”라며 “직관력 배양을 위해 민족 지혜가 담긴 속담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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