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뻘 되는 학생이 꾸지람 한마디 들었다고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아버지)의 등을 발로 차 죽음에 이르게 한 세태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본관 1층 로비. 13일 오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다며 이모(15·인천A중3)군을 훈계한 뒤 계단을 내려가다 앙심을 품고 뒤쫓아온 그에게 등을 발로 차여 뇌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숨진 염모(77)씨의 유족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교육계에서 일했던 염씨가 어린 학생에게 말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돼 변을 당한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탓이다. 서울 K고교사인 염씨의 아들
(41)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면서도 “너무 어린 아이라서 심한 처벌까지는…”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년계. 이군은 고개를 떨군 채 재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이 14일 이군에 대해 폭행치상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염씨가 숨지자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해서였다.
“맞은편에 있던 형한테서 자리를 양보받아 앉은 할아버지가 계속 내 눈을 마주치면서 ‘요즘 젊은 애들은 눈치만 보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라고 해서 나한테 욕을 한건지 물어보려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만….”이군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미안할 뿐”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내가 그 지하철에만 있었어도….” 이군의 아버지(41·상업)는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은 아들이 사람을 밀어 죽게까지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연신 눈물만 글썽였다.
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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