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송환을 계기로 북한에 살고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가 ‘상호주의’에 원칙에 따라 반드시 송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이유야 어찌됐든 흩어진 가족들은 분명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역사의 희생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들이 하루속히 혈육의 정을 잇고 인간적 고통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발전되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해방직후와 전쟁중에 헤어진 좁은 의미의 이산가족을 포함, 분단의 희생자로서의 광의의 이산가족들이 생사확인과 서신왕래 및 면회와 상봉 등을 통해 이산의 한을 푸는 것과 국군포로, 납북자의 송환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주장이 현실적으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존재를 남측이나 북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전향장기수의 경우 북측에서도 이들이 자국인임을 인정, 송환을 요구하였고 남측 역시 남파공작원으로서의 이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송환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국군포로에 대해 북측은 이미 정전협정 이후 포로교환을 통해 법적으로 국군포로가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국군포로와 납북자로 거론되는 북측 거주 인사가 명백하게 남측으로의 송환을 자유의사에 따라 요구하고 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비전향장기수의 경우 남측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으로의 귀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경우 지금의 상태에서 그들의 귀환희망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 송환을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실제 납북자로 간주되고 있는 안승운 목사나 고상문 교사의 경우 북측 방송매체에 나와 납북이 아님을 밝히고 북측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셋째 전향했던 이들이 지금 귀환을 희망한다고 해도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무조건 송환은 상당히 복잡한 현실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비전향장기수의 경우 남측의 실정법에 따라 선고된 형량을 모두 마친 북측 사람들로서 전향을 끝까지 거부하고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경우 이들이 북한법에 의해 형량을 살았거나 전향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당시의 상황에 따라 북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당시에는 북에서 살기를 희망했지만 지금은 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이들의 송환을 요구한다면 이는 우리 측으로 전향하고 남측에서 생활터전을 잡았던 반공포로나 전향장기수 그리고 탈북자들이 이제 와서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할 경우 꼼짝없이 북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문제삼아 북에 있는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송환을 요구하는 것은 이른바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전향장기수의 상호적 대상은 결코 국군포로나 납북자가 아니며 오히려 정확한 요구대상은 전향을 거부한 채 북한의 실정법에 따라 정해진 형량을 다 마치고 남으로의 귀환을 희망하는 북파공작원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비전향장기수와 연계되는 문제라기보다 이들을 포함한 전향장기수, 반공포로, 탈북자, 월북자, 전향한 북파공작원 등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이것이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근식 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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