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사오마이’가 럭비공같은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9월 태풍의 통상진로를 벗어나 서해쪽으로 가는가 하면 갑자기 멈춰서고도 규모와 강도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특이한 양상이다.■ 제자리걸음
기상위성에 잡힌 ‘사오마이’는 14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제자리를 맴돌았다. 전날 밤 시속 10㎞대로 속도가 느려지더니 아예 멈춘 것이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위 30도선에서 방향을 틀기에 앞서 고기압을 만나 주춤하고 급속도로 작아진 뒤 가속이 붙는다.
하지만 ‘사오마이’는 멈춘 상태에서도 중심부근 최대 풍속 초속 36㎙, 반경 600㎞의 세력을 지키고 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 자리한 한기세력 등 주변 고기압과 ‘사오마이’가 팽팽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태풍과는 달리 워낙 덩치가 커 고기압에 맞서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상한 진로
9월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위 30도선에서 이맘때면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가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남해와 일본 열도 사이를 거쳐 이동한다.
1904년부터 우리나를 찾은 9월 태풍의 95%가 이 경로를 따랐다. 하지만 ‘사오마이’는 현재 방향타를 북쪽으로 잡고 있다.
여름내내 힘을 쓰지 못하던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뒤늦게 한반도에 들어앉아 있어 태풍을 서해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또 대륙성 고기압 때문에 중국 내륙으로 진출하는 길도 막혀있다.
‘사오마이’는 결국 ‘프라피룬’이 지나온 경로를 답습, 우리나라 남서부지방에 ‘엎친데 덮친격’의 피해를 안겨 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체하면서 비는 비대로 퍼부은 뒤 북상하면서 다시 오른편에 위치한 한반도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여 현재 태풍의 행보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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