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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과학자 리원허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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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과학자 리원허 석방

입력
200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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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기밀의 해외유출 가능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표적수사 논쟁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던 리원허(李文和·60) 로스 알라모스 국립원자력연구소의 전 중국계 연구원이 13일 자유의 몸이 됐다.리는 이날 핵관련 기밀을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로드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는 ‘유죄답변거래’에 따라 지난해 12월 구속된 지 279일만에 석방됐다.

담당판사인 뉴멕시코주 지방법원 제임스 파커 판사는 이날 그를석방하면서 “구금 등과 같은 불공정한 처우를 받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미 법무부와 에너지부가 전국민과 우리 모두를 당황스럽게 했다”고 밝혔다.

파커 판사는 검찰측에는 책임이 없으며 법무부와 에너지부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말했다. 파커 판사는 검찰측이 그를 계속 구속상태에 두도록 하는 요청을 철회하는 한편 변호인측도 그가 인종적 배경때문에 구속됐다는 주장을 철회키로 하는데 모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의 환영속에 밝게 웃으며 법정을 빠져나온 리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돼 무척 기쁘다”면서 “며칠간 낚시를 하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가 석방됨으로써 이번 사건은 일단 종결됐으나 그동안 줄곧 제기해온 ‘소수민족에 대한 마녀사냥’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핵과학자로 1974년 미국에 귀화한 이래 로스 알라모스 연구원으로 일해온 리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축소형 핵탄두 W-88의 설계정보를 제공한 범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돼 해고된 후 구속됐었다.

이 과정에서 미 의회는 중국핵기술 유출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특별보고서를 내는 등 미전역의 국방연구소에 근무하는 소수민족, 특히 중국계에 대한 정보유출 가능성을 제기해 물의를 빚었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리의 혐의사실을 부풀려 보도하며 여론을 선도했다. 또한 리가 “일반 컴퓨터에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것은 연구원들 사이에 관행인데도 내가 지목된 것은 ‘희생양’만들기에 이용당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인종차별논쟁으로도 비화했다.

이 여파로 올해 미국내 3대 국방관련 연구소의 신규 지원자중 아시아계의 비율이 1998년 12%에서 7%로 줄어드는 등 아시아계의 연구소 기피현상이 심화하기도 했다.

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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