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체가 ‘고(高)유가’파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절약’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정책실종’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고유가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고 있어 정부가 지금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거시경제목표 및 정책기조의 전환 타이밍도 실기(失機)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충격 예상보다 클 듯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석유 전기 등 에너지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지하철 버스 택시 철도 등 교통요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개인서비스요금과 임금도 덩달아 오른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자칫 고유가 문제를 잘못 처리할 경우 ‘고성장 - 저물가’를 기조로 하고 있는 DJ노믹스(김대중대통령의 경제정책)도 크게 수정될 수밖에 없을 정도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29달러를 유지할 경우 1년간 성장률은 0.12%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8억달러 악화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고유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발생했다는 점. 경기침체기에 고유가마저 겹친다면 성장은 곤두박질치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경상수지가 급속히 악화하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의 무대책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시한 유일한 메시지는 ‘이번 기회에 에너지 다(多)소비체질을 개선하자는 것.’고유가를 견디지 못해 국민 스스로 절약하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탄력세율 적용도 유가추이를 보아가며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유전 개발, 유류비축물량 확대, 에너지절약투자 세제지원 등 시책을 마련했으나 한결같이 중장기 방안들인데다 이미 10년전부터 대안으로 거론됐던 ‘해묵은 메뉴’뿐이다.
문제는 정부조차 유가폭등을 예측하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국민들에게 기름값 인상분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점.
소비절약시책을 펴더라도 충격은 완화해주는 정책당국의 기본 책무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류의 ‘소비탄력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값만 올릴 경우 국민 부담만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물가당국이 수치목표에만 안주, 아예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재경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태풍같은 돌발요인만 없다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 되어도 2.5% 물가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해 정부가 유가상승이 가져올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외면한 채 오로지 ‘2.5% 지키기’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거시정책기조의 수정, 즉 긴축전환이 불가피하나,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심리도 잠재우지 못하고 있어 현 경제난국에 대해 미시·거시적 대응 모두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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