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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이들의 추억을 찍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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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이들의 추억을 찍고 있죠"

입력
200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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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월릉보건지소 신계숙씨어른이 된 뒤 어린 시절의 사진이 전혀 없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엄마 아빠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사진으로 남기는 요즘같은 때는 그 아쉬움이 더 하지 않을까.

경기 파주시보건소 월롱면지소에 근무하는 신계숙(申桂淑·37)씨가 파주시 법원읍 파주보육원 원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도 그런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먹고 입는 것이야 좋아졌다지만 틈틈이 아이들 사진까지 찍어줄만큼은 여유가 없는 게 우리 보육원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씨가 사진 촬영을 시작한 것은 1998년말. 당시 막 배운 사진 기술로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맘껏 찍고픈 개인적 욕심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앉혀도 보고, 세워도 보고, 안아도 보며 다양한 모습을 촬영했는데 그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이 사진을 내가 가질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자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사진을 보고 나중에 ‘나도 어린시절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있었구나’라며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해주면 좋겠고요.”

그동안 인화한 사진만도 2,000장이 넘는데 신씨는 촬영을 계속해 나중에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사진첩을 건네줄 생각이다.

신씨의 촬영에는 집, 직장 모두 보육원과 가까웠던 게 도움이 됐다. 같은 읍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여서 출근 길에도, 퇴근 길에도, 점심시간에도 드나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파주시라도 근무지가 멀어져 한달에 두 세번, 그것도 일이 끝난 밤에 주로 찾아가는데 아이들이 자고 있어 제대로 촬영을 하지 못한 때가 많다.

그래도 필름 구입비와 현상·인화비 등으로 한달에 3만∼4만원이 든다. 사진을 찍고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사진을 찾자면 적지않은 시간이 들어가 사무실이나 가족에게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이해를 잘 해준다. 특히 남편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회사가 어려워 큰 어려움을 겪자 “우리도 힘든데 사진 좀 그만 찍어라”고 역정을 냈지만 지금은 “돈 많이 벌면 보육원에 크게 후원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도 적극적인 후원자다.

안타까운 것은 초등학생만 돼도 사진 촬영을 거부한다는 사실. 보육원 사진첩의 사진에 탯줄자국도 아물지않은 갓난 아기에서부터 놀이터서 뛰어노는 예닐곱 아이 등 50여명의 모습만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아들이 모두 마음의 문을 열어 100여명 전부의 얼굴을 하나 하나 찍어주고 싶다”는 게 신씨의 조그만 바람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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