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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공의 / (상)하루 20시간 노동 대가는 월 1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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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공의 / (상)하루 20시간 노동 대가는 월 150만원

입력
200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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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계 사태의 ‘태풍의 눈’은 레지던트와 인턴. 지금껏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다 앞날의 희망도 잃어버린 전공의들의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사태해결은 요원하다. 이들의 현주소와 좌절감을 3회에 나눠 싣는다.“환자들을 볼 면목은 없지요. 하지만 이번에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에겐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서울대병원 내과 레지던트 2년차), “직업을 바꾸겠습니다.

10년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근무여건에서 뭐를 기대한다는 말입니까?”(신촌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레지던트 3년차)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어던진지 한달 보름이 훌쩍 지났다. 7월29일 전면 파업선언후 90% 이상의 높은 파업률을 유지하는 ‘단결력’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대(對)정부 협상창구인 의료계의 ‘비상공동대표 10인소위’에 전공의들이 2명이나 참가하고 있고 31일 발표된 대정부 요구안도 전공의 ‘작품’이라는 후문. 의료계 투쟁의 키가 어느덧 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전공의들의 속내는 위기와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다. 축적된 불만과 좌절감이 지금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9월 현재 전공의수는 총 1만5,887명. 1976년 제정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전국 240개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 1만2,647명, 인턴 3,24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없이는 우리 진료체계가 움직이지 않는다. 의사들이 인턴·레지던트를 ‘소총부대’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하지만 정작 전공의 자신들은 ‘착취당하는 근로자’로, 때로는 ‘병원의 노예’라고 자탄한다.

전공의 비상대책위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병원 및 사립병원 전공의 평균 급여는 월 150만원, 연봉은 1,800만원선.

미국 전공의 3만~4만달러의 반도 안된다. 노동강도는 더욱 상상을 초월한다. 전공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당 140시간씩, 연간 6,580시간을 근무한다는게 비대위측 설명이다. 미국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씩 연간 3,520시간임을 고려하면 울분을 터뜨릴 만도 하다.

이들은 지금까지 철저히 숨을 죽여왔다. K대 내과 레지던트 3년차 L씨는 “우리는 앞에 나설 용기도, 시간도 없었다.

정부와 병원이 시키는대로 했고, 자매병원 등으로 일방적으로 옮기라고 할 때도 울화를 삼켰다”고 말했다.

J대 소아과 레지던트 2년차 Y씨는 “정부가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를 전면 재개편하지 않는 한 전공의 파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에 3가지 요구를 내놓고있다. 수련병원의 지정 및 정원책정 권한 대한의사협회이관 보건의료발전특위내 전공의 지원대책반 구성 및 전공의 전임의제도 개선대책 마련 등이다.

L씨는 “우리의 요구는 의료환경 전체를 바꿔달라는 것이며, 처우개선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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