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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고유가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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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고유가 항의 시위

입력
200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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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으로 촉발된 유럽의 유가인하 요구시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의 도로봉쇄에 맞서 석유수송을 위한 비상 군부대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병원의 수술일정마저 전면 취소되는 등 사회가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사재기로 일부 생필품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학교는 무기한 휴업사태에 돌입했다.

영국 도로봉쇄에 따른 공급차질로 전국 9,000여 주유소가 재고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국립보건기구(NHS)는 11년만에 처음으로 13일 응급수술 이외의 모든 수술의 취소를 명령했고, 구급차 운행제한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석유수송을 위한 군부대 투입을 포함한 비상 경계태세를 발동했다. 웨일스에서는 일부 학교가 무기한 휴교에 들어갔다. 공항관리청(BAA)은 비축연료 소진으로 인한 운항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국내선 취항 항공기에 왕복비행에 필요한 연료탑재를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에서는 버스운행이 14일부터 중단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구간의 기차 운행이 단축됐다. 영국산업협회(CBI)는 시위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가 하루 5,000만파운드(1,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블레어 총리는 24시간 내 유류수송 재개를 선언하는 등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정부와 시위대간 강경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벨기에 트럭 운송업자들의 도로 점거시위가 4일째 계속되면서 유럽대륙의 교통요충망인 벨기에 주요 도로가 사실상 마비됐다. 도로운송업조합(UPTR) 소속 노조원들은 대형 트럭을 동원, 브뤼셀 도심관통 도로와 고가 차도, 터널 입구 등을 차단한 데 이어 남부 샤를루아와 투르내, 동부의 리에주, 앤트워프 항 등에서 시위를 확대하고 있다.

시위대들은 최대 정유회사인 토탈 피나사(社)의 기름 배송도 계속 차단하고 있어, 일부 정유소에서는 조만간 기름이 바닥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 제2의 항만인 앤트워프 항만 당국은 화물선박 및 철도운송은 유지되고 있으나 항만·육상 출입 봉쇄가 계속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벨 뒤랑 교통장관은 12일 밤 UPTR측과 타협이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UPTR측은 세율 인하를 통한 디젤유가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시위를 중단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독일 유럽국가 중 비교적 낮은 유가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저속운행 등과 같은 운송단체의 항의표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류가격에 포함된 환경세 폐지문제를 둘러싸고 운송단체와 농민단체, 야권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시위가 정치쟁점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화물운송조합(BGL)은 환경세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13일 한시적으로 아우토반(고속도로)에서 저속운행 시위를 벌이고, 26일에는 베를린에서 차량시위와 함께 항의서한을 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농민연합(DBL)도 환경세 폐지를 위해 이번주부터 바이에른주 등지에서 항의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다.

야당인 기민당(CDU)은 유가인상을 초래한 정부의 환경세 도입을 강력 비난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야권이 당리당략에 빠져 정국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야권 책임론’을 거론,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밖에 폴란드, 아일랜드에서는 저속운행 및 도로봉쇄를 위한 각급 운송노조의 시위 결의가 잇달아 통과돼 정부와의 마찰이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 국제운송협회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며 정유소 출입봉쇄와 같은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택시조합, 어민단체 등도 항만봉쇄 등 유가인하 시위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칠리아에 있는 정유소를 포함, 최소 2개의 정유소가 시위대에 의해 봉쇄됐다.

노르웨이, 스페인에서도 트럭운전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고, 룩셈부르크에서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런던·베를린·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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