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 떨어져 살던 친척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고생고생하며 먼 길을 달려 온 친척들이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명절을 명절답지 못하게 망치는 것이 두가지 있다.하나는 보통사람들을 분통터지게 만드는 정치인들이다. 오래 못본 친척 어른들끼리 서로 어떻게 사는지, 애들은 잘 크는지 등 인사가 돌고나면 이어지는 대화는 으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남북화해 분위기나 이산가족 상봉같은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TV뉴스나 신문에서 매일같이 보는 좋지 않은 것들이다.
모 은행의 불법대출에는 틀림없이 높은 사람의 압력이 행사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검찰의 사건 수사의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이런 얘기는 당연히 가진 것 없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턱없이 높기만 은행문턱에 대한 한탄으로 이어졌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은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총선 선거비용 수사개입의혹 등으로 원인을 제공한 여당의 잘못이니 여당의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큰 삼촌은 주장했고 작은 삼촌은 국회안에서 해결하면 되지 왜 국회를 뛰쳐나가느냐며 야당을 비난했다.
또 새로운 국회가 시작된 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회이니 만큼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세비를 모두 압수해야 한다고 막내 삼촌은 주장했다.
나는 우리의 명절이 이런 좋지 못한 이야기들로 채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따뜻한 얘기, 희망이 담긴 소식들로 가득차는 만남의 자리였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한 숨이 나오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언제부터인가 명절을 장악해 버린 텔레비전이다.
명절 TV프로그램은 안봐도 뻔하다. 외국인 한마당, 연예인 장기자랑, 몇번씩 방영한 영화특선등등 매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번 추석에는 예전에는 그나마 있던 명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특집드라마도 없었다. 장기자랑이라는 것도 가수흉내내기가 전부다.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저마다 차려입은 한복처럼 겉치레 일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차라리 명절 때 텔레비전도 쉬었으면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다음 명절 때는 우리라도 텔레비전을 끄자. 그래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즐거운 우리의 민속놀이를 찾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아영 순천 동산여중3
※‘1318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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