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판매만으로 따진다면 '레이니선'은 이미 실패한 언더그라운드 그룹이고 신예 퓨전그룹 '퍼니 파우더'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그러나 이들의 팬은 다부진 데가 있다. 음반이 몇장 팔렸든, TV에서 그들의 노래가 전혀 나오지 않든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의 음악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앨범을 들고 나왔다.
사회비판의 날을 강하게 세웠던 '레이니 선'은 이번에는 부드러워지는 법을 배웠다.
1998년 1집 앨범에서 '포르노 바이러스' 처럼 파격적인 리듬을 선보였던 이들의 두번째 앨범 타이틀 곡은 '유감'. 로맨틱한 꿈속에서 들은 노랫소리 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록발라드이다.
'얼어붙은 너의 눈으로 빌어먹을 난 멈췄어' 로 시작하는 '유감'은 청아한 기타 사운드에 오페라 발성을 연상시키는 장차식의 몽환적 보컬이 전면으로 튀어 나오는 록발라드로 중간에 들리지 않는 가사가 더욱 매력적이다.
러시아어로 노래한 "빨로비나 (절반)' 는 매니저에게 착취당하는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토리를 러시아어로 불렀으며, 'Grind Teeth'등 4곡은 영어로 불렀다. 록사운드에 충실해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언더그라운드 그룹이지만 음악은 거칠기보다는 지적이고 고급스럽다. 1집 음반은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멜로디 라인이 더욱 강해진 새 음반은 아무래도 훨씬 많은 귀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The Greatest Hits', 즉 인기곡만을 모았다는 뜻의 거창한 제목을 단 앨범은 '퍼니 파우더' 의 데뷔 앨범이다. 하지만 이승복 홍기섭 김호준 등 25세 세 청년이 의기투합해 이미 두 장의 싱글앨범을 냈으며 그룹을 결성한 지도 3년이 넘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외게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약국에서는 약도, 담배도 함께 팔잖아요. 그걸 외계인이 보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이상할지" '퍼니 파우더'는 어느 한 장르에 종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랩과 록, 메탈과 테크노. 이런 다양한 장르가 한 곡에 뒤범벅 되어 있다. "짬쫑이라고 다 같은 짬뽕은 아니죠. 맛있는 것과 없는 것 두가지이죠. 우리는 맛있는 짬쫑이 되려 합니다" 셋이 함께 곡을 만들다 싸우기도 하고, 모두 랩을 하지만 조금씩 소리에 차이가 있는 것이 발랄한 음악의 원천이다.
록과 힙합이 결합한 '지구 탈출' 은 이들의 우주인 정서를 가장 잘 살린 곡으로 부드러운 랩과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일품이다.
김윤아가 출연한 펑키한 느낌의 '스릴있게 살자' 는 이들이 꽤 일반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노래를 만들 줄 아는 그룹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맛있는 퓨전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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