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이제 서방측으로.’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0일 하루 80만배럴 증산에 합의함으로써 고유가를 둘러싼 OPEC와 서방측과의 공방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석유소비국들에로 불씨가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산이 예상보다 많은 선에서 결정이 이뤄졌지만 유가 폭등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기존 쿼터에 비해 하루 76만~77만배럴을 추가 생산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따른 실제 증산효과는 3%에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증산시기가 다음달 1일부터여서 물량이 소비국으로 넘어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기를 감안하면 올 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는 여전히 계속되리란 전망이다.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지난 11일 증산발표에도 불구,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1.51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1.43달러 각각 오르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12일 34.28달러, 32.68달러로 각각 소폭 하락, 상승세를 저지하긴 했지만 이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강력한 유가안정대책 다짐에 따른 것이어서 시장 상황은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증산으로 산유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해소했다고 판단한 OPEC는 원유 유통과정에서의 고율의 세금 등 서방측의 유가정책을 원유가 폭등의 주범으로 집중 거론할 태세다. 실제 원유 증산이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에서는 디젤유 소비자가의 무려 80%가 세금으로 책정돼 있다. 지난해 인상률도 서유럽 중 영국 다음으로 높은 30%에 달했다. 영국 역시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디젤·석유가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방측의 고민은 이같은 세금이 복지·교육 등 정부재정 지출의 주 재원이란 점에 있다. 세금을 내릴 경우 정부의 재정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게 세금 인하 불가론자들의 지적이다. 고율의 세금을 통해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부수적 요인이다.
OPEC는 이날 “유럽정부가 공짜로 돈을 벌기만을 바랄 뿐 산유국들의 자원 고갈은 안중에도 없다”며 서방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11월12일 OPEC 11개국 석유장관이 다시 모여 추가 증산 여부를 논의하지만, 이제 고유가 타개의 책임은 서방측에 있다는 게 OPEC의 주장이다. 때문에 당분간 국제유가는 3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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