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국 곳곳을 여행했는데 이 도시 저 도시에 태권도 공원을 유치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도 튼튼하지 못한 것으로 아는 데 무엇때문에 공원 유치경쟁을 벌이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유와 실태를 알고 싶다. /김현석·서울 관악구 봉천동
☞태권도공원 유치신청 현황
문화관광부는 1999년 4월 국고와 민간자본 2,000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100만평 규모의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권도공원에는 태권도 전당, 경기장, 박물관 등 태권도 관련시설 뿐 아니라 호텔, 수련장 등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치를 신청한 자치단체는 전북 무주군, 충북 보은군, 경기 파주시, 전남 여수시 광주 광산구 등 전국적으로 24개에 이른다.
공원 부지는 원래 7월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지자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10월말로 연기된 상태이다.
☞과열 경쟁 실태
공원 유치경쟁이 가열되는 것은 부지만 제공하면 2,000억원의 사업비 등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완공후 상시고용인력 1,500여명, 연간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광객 등 엄청난 부대 효과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때문에 유치신청을 한 지자체들은 공무원과 주민을 동원하는 고전적 방법은 물론 태권도 관련 대회 개최, 국내외 인사를 통한 관계부처 민원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8월14일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 관련부서의 실·국장들을 불러 주민동원 등을 통한 과도한 유치경쟁 자제를 촉구했으며 수차례 공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진정 노력은 아직 별무성과이다.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든 전북 무안군은 과열경쟁 자제를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문화관광부 회의에 참석하면서 오히려 버스를 대절, 공무원과 지역주민 800여명을 데리고 와 홍보전을 펼쳤으며 8월말에는 공무원들에게 유치 안내 포스터 7,000매를 서울과 경기 일원에 뿌리도록 했다.
전북의 진안군은 공무원들을 앞세워 6월부터 ‘태권도공원 유치 10만명 서명운동’을 시키기도 했다.
충북의 진천군은 2년동안 9~10월경 개최했던‘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당초 태권도공원의 개최지 선정이 예정돼 있던 7월로 앞당기며‘무언의 시위’를 했다.
같은 도의 보은군은 군수가 지역 국회의원, 관내 대형 사찰의 주지와 함께 8월말 중국 소림사를 방문했다.
양 사찰간 자매결연과 무술교류가 표면적인 방문 이유였지만, 보은군은 소림사 주지에게 법주사와 소림사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며 태권도공원을 보은에 건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정부당국에 보내도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시는 광산구 유치를 위해 시장 명의로 청와대, 문화관광부, 호남향우회 등에 협조서한을 보냈고, 전남지사는 문화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등을 방문해 여수시를 지원사격했다.
해외의 태권도 관련 인사를 통해 로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미국에서 활발한 태권도 보급으로 유명한 이준구(李俊九)사범에게 문광부에 경주시가 최적지라는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책자 발간과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데 1,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쓰기도 했다.
☞향후 전망과 당국의 입장
태권도공원 부지는 9월에 민간인 환경,건축 전문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심사를 거쳐 10월말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태권도공원 부지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관계자는“주민동원이나 외부 압력 등은 개최지 선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과열경쟁의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렇게 나가다가는 결국 부지선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하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유치지 선정후에도 탈락한 자치단체들의 심사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등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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