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아라키 감독의 영화는 시네마떼끄와 같은 한정된 영화 상영 공간이나 작은 규모의 특별한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에이즈 감염자인 두 게이 청년의 여행을 건조하고 허무한 시각으로 그린 '리빙 엔드' (1992년) 와 같은 대표작이 말해주듯, 동성애자인 그의 영화 세계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키싱 투나잇 (Splendor)' (18세, 폭스, 99년작) 은 아라키의 작품치고는 상당히 순화된, 상큼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젊은 사랑 영화이다.
이 정도로 내용이 밝아지고, 보편성을 띄었기에 비디오 출시나마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동거를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소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시사의 선전 문구처럼 파격적인 러브 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세 남녀의 관계설정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묘사에 지나지 않는다.
'키싱 투나잇' 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속성에 대한 것이다. 사랑에 빠질 때의 설레임과 황홀, 두 남자에게 끌리는 여심, 임신에 따른 현실 자각, 조건보다는 진실한 사랑이 소중하다는 깨달음까지. 세상 모든 남녀가 겪는 사랑의 여정을 영화의 주인공들도 함께 밟아간다.
케빈 스미스의 '체이싱 아미' 니콜라스 하이트너의 '내가 사랑한 사람' 에서도 그러하듯, 동성애자의 사랑과 이성애자의 사랑을 구분한다거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가 라고 젊은 영화들은 주장한다.
LA의 배우 지망생 베로니카 (케서린 로버트슨) 는 할로윈 파티에서 멋진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지난 일년 간 데이트 한 번 못해본 그녀에게 왕자님처럼 잘 생긴 에이블 (조나단 스케치) 과 야성적인 드러머 재드 (매트 캐슬러) 가 동시에 눈을 맞춘 것.
두 남자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베로니카는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의사를 타진하고, 셋은 한 집 살림을 시작한다.
감상포인트/직업을 가진 여자와 그 여자를 위해 집안 일을 도맡은 두 남자, 23살에만 가능한 사랑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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