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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간접대화' 현안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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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간접대화' 현안조율

입력
200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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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특보-김용순 비서 뭘 논의했나남북은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 겸 대통령특사와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간 접촉을 통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문제 등에 대해 심도깊은 조율을 했다.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남북 양측의 최고 실력자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비중감이 느껴진다. 이는 사실상 정상간 간접 대화며, 두 사람의 대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남북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위 채널이다.

이러한 배경을 깔고 12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5시간 가량(단독회담 2시간 포함) 진행된 접촉에서 양측은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 등 남북 최대 현안에서 진일보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같은 성과는 남측이 회담 직전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확정하고, 북측 김 비서가 국방장관급 회담 등에 관한 군부의견을 수용한 김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휴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남북은 양측 정상의 일정을 감안, 내년 봄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측의 경우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으로 김 대통령이 바쁘고, 북측의 경우 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10월10일 당 창건 55돌 행사 등으로 짬이 없다.

답방 지역이 제주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희망하고, 남측도 수도인 서울 방문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답방지는 서울로 확정됐다.

국방장관급 회담 남북은 이달중 홍콩 등 제3국에서 국방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과 김일철(金鎰喆)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만나 남북직통전화 설치, 군부대 이동 사전통보,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 등에서의 양측간 협력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측은 회담장소로 제3국을 택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는 북측이 회담장소를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도 북한 군부의 입장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따라서 국방장관급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긴장완화의 진전 속도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긴장 완화부문에 관해 북측의 대응은 남측의 요구에 대해 답을 해주는 수준으로 아직은 단기적이고 전술적”이라며 “북측이 장기적 플랜에 따라 긴장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적 사고로 접근한다고 풀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산가족과 경협 남북은 18일 금강산에서 2차 적십자회담을 개최, 면회소 설치 문제와 연내 2차례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사업을 확정짓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면회소가 이르면 10월중 가동돼 이산가족들의 주소 확인작업과 일정 규모의 상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은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북측의 확답이 나오지 않아 단계적 추진 방안 등 절충점을 모색중이다.

경협분야 논의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3차 장관급회담(27~30일) 전 경의선 철도 및 문산_개성의 신규도로 연결을 위한 차관보급 실무접촉, 투자보장 합의서 등 경협제도화 방안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 등의 일정도 윤곽이 잡혔다.

경의선 동시 착공 문제도 협의됐으나 실무접촉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북한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경협차원에서 경협제도화 방안과 함께 다루자는 남측 방안을 일단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金의 그림자'김용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에 온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는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김 비서는 5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비롯, 김 위원장의 대내외 활동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6월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단독 배석자로 참석했고, 김 위원장도 공식석상에서 그를 “용순 비서“라고 스스럼 없이 불러 각별한 신임을 나타냈다.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비서는 “김정일 위원장 앞에서 직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로 김용순 비서를 꼽았다.

30년여년 동안 대외·대남 분야에서 일해 온 그는 유연한 태도와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1994년 남북정상회담 예비회담 때 북측 단장으로 나와 상당한 입심을 과시, 남측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가는 곳마다 남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농담을 건네는 등 세련된 매너를 보였다.

11일 김포 공항에서 기자들이 양영식(梁榮植) 통일부차관과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잡지에 자꾸 이런 것이 나오던데 2000년 들어서면서 이런 것 하지 말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이 숙소인 신라 호텔로 안내할 때 골프가 화제에 오르자,“다음번 평양에서 골프 시합을 하자”고 즉석에서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두주불사형의 호주가인데다, 노래와 춤도 잘하고 악기도 잘 다루는 등 재주가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34년 7월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공부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먼 친척이니, 모스크바에서 유학했느니 하는 소문이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972년 노동당 국제부 과장으로 근무할 때 김정일 위원장의 친여동생으로 당시 국제부 지도원이던 김경희와 친분을 맺었고 김 위원장이 김 비서의 장남 결혼식 때 직접 아들 부부를 불러 축하해 줄 정도로 양측 가족 간에도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국제부장과 국제 담당 비서를 거쳐 1992년 당 대남 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됐고, 1994년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임, 대남분야 총사령탑에 올랐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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