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사실상의 추석연휴 첫날인 9일에도 거리에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역·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등지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 등을 다룬 특별당보를 배포했다.이 총재는 연휴기간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며 추석이후 정국 대응책을 가다듬을 예정인데, 우선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귀국후 행보를 지켜볼 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 대통령이 진정으로 여야대치 상황을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면 그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겠지만, 지금처럼 말로만 때우면서 영수회담이나 하자는 식으로 나오면 중단없는 투쟁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생각하는 ‘중단없는 투쟁’에는 영남지역 장외집회가 우선 선택지로 들어있다. 대구·부산·마산 등지에서 대규모 순회집회를 갖되, 첫 집회장소는 대구, 최종 집회장소는 부산이 될 개연성이 크다.
영남지역 집회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과 여권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비상수단을 강구한다는 복안이다. 이 총재는 이미 “야당 투쟁사에 일찌기 없었던 행동을 취할 것”“입법부에 심대한 타격이 올 것”이라는 말로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을 깔아놓은 상태다. 총재실의 한 관계자는 “시늉만 내는 사퇴서는 안 낸다는 게 이총재의 결심”이라며 “의원회관까지 완전히 비우고 거리로 나서는 수준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 총재는 투쟁을 통해 최소한 두가지는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다. 하나는 국회법 날치리 처리에 대한 사과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이 총재가 당내 역풍의 소지를 어느정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다.
이 총재로선 극한대치에 신변불안을 느끼고 있는 선거법 위반 혐의 의원들, 기왕에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주장해 왔던 중진들, 무한투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지게 돼 있는 타협론 등을 극복해야만 투쟁대오를 지킬 수 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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