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각 은행이 추석에 대비, 거액의 현금을 준비해놓았으나 돈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현금이 남아돌고 있다.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추석전 10영업일간(8월 30일~9월 9일)의 화폐 순발행 규모는 3조7,200억원으로 지난해 추석 같은기간의 4조6,300억원에 비해 9,100억원(19.
7%)이나 감소했다. 이같은 추석 전 화폐 순발행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1998년의 3조7,950억원보다도 적은 것이다.
금융계는 한은이 준비한 추석 수요 현금 중 1조원 이상이 방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발권기획팀 이경태(李庚泰)팀장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국민 숫자가 급증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미리 현금을 찾아 두려는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도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직전 현금 수요는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상반기 53조3,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4조5,810억원보다 117%나 증가했다.
특히 국세청이 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카드 사용자에 대해 추첨, 최고 1억원까지 상금을 지급하는등 ‘신용카드 장려책’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의 지급결제시스템이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하고 있다.
추석 전 화폐 발행량 증가에 대해 한은은 최근 주식시장 침체와 은행 예금지급 준비금 규모 확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일반 투자가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현금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은행의 지급준비금 규모가 커지고 이에따라 자체 시재금 보유 규모가 늘면서 국민들의 현금 수요를 상당 부분 은행이 자체 흡수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올 8월말 현재 금융기관의 시재금 규모는 2조8,276억원으로 전년동기의 2조2,496억원보다 6,78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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