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대 이동이 시작됐다. 추석연휴가 일요일과 이어져 토요일인 9일부터 고속도로가 붐비기 시작했고, 역과 버스 터미널마다 수많은 귀성인파가 넘쳐나고 있다.교통당국은 올 추석 귀성인파는 작년보다 4% 늘어난 2,800여만명,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1,6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는 기쁨보다, 가고 오며 길에서 당할 고생이 더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간다.
올 한가위의 분위기는 너무 어둡고 무거워 민족명절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가을날 답지 않게 날씨까지 연일 찌푸려 연휴 첫날 남쪽지방은 비까지 예보되어 있다.
꽉 막힌 정치, 치솟는 유가와 곤두박질 주가로 인한 경제불안, 거기다 도시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97년 수준만도 못하다는 통계가 발표돼 더욱 침울한 분위기다.
경제가 좋아졌다지만 중산층이 되살아 나기는 커녕,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져 사회통합의 길은 자꾸 멀어져 간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배율이 5.28배나 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런 통계를 실증이라도 하듯 시장의 명암이 극히 대조적이다. 대도시의 백화점에는 추석선물을 마련하려는 가진 층 고객들로 크게 붐비는데, 서민 상대인 재래시장 경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결실기에 잦았던 비 바람 때문에 곡물과 야채 청과 값이 엄청나게 치솟아 값만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나마 추석장 보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계층도 많다. 서울역 같은 곳에는 아직도 노숙자가 많이 남아 있고, 교문이 닫히는 추석연휴가 원망스러운 결식학생 수도 줄지 않았다.
수재민과 산불 이재민, 풍·수해로 농사를 망친 농민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한가위는 반갑지 않은 명절이다.
무엇보다 명절이 싫은 사람들은 양로원 고아원 같은 보호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이다. 의탁할 사람과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외로운 그들에게는 명절이라고 시끌벅적한 세상일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이런 때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 내 몫을 나누고 한 때나마 같이 즐기던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다.
추석이란 본래 수확에 대한 감사축제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명절이다. 1년간 땀흘린 농사의 결실을 거두면서, 어김 없이 먹을 것을 거두게 해준 자연과 자신을 있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하는 축제다.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자연의 은총이 추수라면, 없는 사람에게도 몫을 나누어 주고 추수의 기쁨을 공유하는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