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은 뇌물?

“아무리 바빠도 정장차림으로 직접 배달해야 하는 집들이 있어요.”A백화점 특판담당 직원 강모(31)씨는 8일에만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아파트를 2번이나 다녀왔다. 주문자가 택배가 아닌 ‘직접 배달’을 요구했기 때문.

강씨는 “명절 때면 특별대우해야 하는 ‘특1급’ 고객들이 있다”며 “주문자는 대개 기업인들이고 배달처는 정치인과 검찰, 국세청 인사들의 집”이라고 전했다.

선물도 골프채, 고급 수입양주 등 3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 많고, 10만∼50만원짜리 상품권 몇 장은 ‘덤’으로 올려진다는 것.

또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한 집에 배달되는 물건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고마움의 표시라고 말한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혀를 찼다.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배달물량의 편차가 크다. B백화점의 경우 9일까지 강남구와 서초구에 택배차량 22대를 고정배치했고, 특히 압구정동 H아파트 등에는 전담 차량을 운영중이다.

성북구 성북동과 종로구 구기동, 평창동에도 택배차량 2대씩이 전담 배치됐다.

이 백화점 특송팀 관계자는 “이런 동네에 가는 ‘선물’은 고급 양주, 캐비어(상어알), 골프채 등 고가품들이 대부분이고 흰봉투 안에 상품권 묶음만 들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이쯤되면 ‘평상시 뇌물이 명절 때면 선물’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씁쓸해 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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