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수산씨가 2년 반 동안의 역정을 마치고 천주교 성지순례기 '길에서 살고 길에서 죽다'(생활성서 발행) 를 펴내면서 제2의 작품세계로 나아가고 있다.소설이 일종의 회의의 과정이라면, 이제는 신앙에서 우러난 글쓰기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책은 김대건 신부의 성장지인 경기 용인 '골배 마실' 에서부터 병인박해 때 프랑스신부와 함께 이름없는 수많은 신자들이 사형당했던 충남 보령 갈매못까지 24곳의 성지를 훑고 있다.
"성지 순례 가이드북이 아니다" 는 저자의 말처럼 책은 '박해의 현장'을 통해 인간과 신의 관계, 그 만남의 역사를 고통스럽게 돌아본다.
한씨는 "세례를 받은 이후 천주교가 전파되면서 겪은 박해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며 "왕권과 신권, 인간과 신의 존재, 외래문화와 한국문화의 충돌과 갈등 등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는 박해사의 형상화를 필생의 문학적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기가 그 첫 작업이다.
그는 더욱 열심히 발품을 팔아, 다음에는 소설로 담아낼 계획이다.
그는 스스로를 '가톨릭 삼수생' 이라 부른다. 1989년 세례 받기 전 두차례 세례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한번은 80년대 초의 '한수산 필화사건' , 그 다음은 믿음에 대한 내적인 갈등 때문이었다.
우연찮게 1989년 '성라자로 마을' 의 고 이경재 신부 일행과 중국여행에 동행하게 된 게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게 됐다.
백두산 천지에서 그는 이경재 신부로부터 '요한 크리소스토모' 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크리소스토모'는 라틴어로 '황금의 입'이란 뜻으로, 탁월한 설교로 복음을 전파한 성인의 이름이다.
한씨는 "소설가인 나에겐 '글로서 복음을 전파하라' 라는 의미가 담긴 세례명인 셈이다.
그 뜻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고 말했다. 1998년 이 신부가 소천하자 10여년동안 품어 온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매달 '생활성서' 에 연재했던 것을 이번에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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