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좋지 않은 조짐들이 대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외 환경이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는 유리한 것이 없다.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단기 외채는 계속 늘고 있다. 알루미늄·원면·나프타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시중에 자금은 풍부하지만 4대 재벌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돈을 구하기가 무척 힘든 상태다. 기업·금융·노동·공공 부문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각종 지표들은 장밋빛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텅 빈 상태다. 유가 급등으로 교역조건은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실질 국내총생산(GNP) 증가율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는 지표 경기만 좋을 뿐 체감경기는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마치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양 ‘소비가 미덕’인 행태을 보이고 있다.
해외로 나간 여행자 수가 7~8월 계속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과소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추석 지내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하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가 IMF 체제 터널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또다시 위기를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97년 말 IMF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중산층 몰락이 가장 우려됐고, 정부도 이를 의식해 서민층을 위한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저소득층의 한달 소득이 고소득층의 오락비·외식비·잡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양극화 현상이 갈 수록 심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상장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규모별, 업종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오죽했으면 산업자원부가 ‘지역경기 양극화’라는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발표했겠는가.
정부와 재계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국가 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IMF 3년차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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