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의 고위층 대출보증 압력 주장은 미제로 남겨놓아 ‘보증 외압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구속된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씨의 동생 현룡(賢龍)씨를 조사했으나 “현룡씨가 ‘지난해 3월 아크월드 직원과 이씨를 찾아가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말만 했을 뿐’이라며 압력행사를 부인하고 있고 이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씨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받은 보증으로 신한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으므로 이 사건은 한빛은행 건과는 별개”라며 “대출 사례비 수수 혐의로 수배중인 이씨가 검거되는 대로 ‘외압 의혹’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주장하는 ‘외압 의혹’수사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씨가 도피중이다”라는 이유만으로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두 차례의 기습 기자회견을 통해 “박혜룡, 현룡 형제의 15억원 보증 청탁을 거절한 이후 사직동팀의 보복 내사가 시작됐고 당시 공보수석인 박지원(朴智元) 문화부장관의 전화 압력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의 연락을 받은 당시 최수병(崔洙秉) 이사장에게서 사표제출을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이씨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민감한 사안인 점을 감안, 검찰이 최소한 사직동팀 내사 기록을 넘겨 받고 사직동팀 및 신보 관계자의 소환·조사를 통해 내사 경위나 사표 종용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총동문회일을 하고 있는 이씨의 동문이 박 장관을 찾아가 구명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남으로써 의혹이 증폭된 상황인데도 검찰은 오히려 이씨가 대출사례비를 받아 수배된 사실만 강조해 석연찮은 구석을 남겼다.
이는 박 장관이 외압행사와 관련, 두 사건과 모두 연관돼 있으면서도 이수길(李洙吉) 부행장이 관련된 관악지점 사건보다는 신보사건의 직접 당사자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비록 대출보증 액수는 적다고 해도 오히려 외압 의혹을 증폭시킬 소지가 많아 이씨의 주장 중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2의 옷로비 사건’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어정쩡한 수사 태도보다는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이 사건을 빨리 푸는 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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