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제 2의 환란이 다시 올 것인가. 올들어 동남 아시아 각국에서 정정불안으로 외국자금이 이탈하면서 3년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시적 경제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통화의 대달러 가치급락, 주가 폭락, 대외부채 급증 등 최근 걍제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악몽이 현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최신호(9월18일자)에서 ‘아시아 위기, 두번째인가’라는 제목으로 경제추락위기의 가능성을 전망한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7일 아·태경제협력체(APEC)에 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3년전의 경제 위기 이후 이 지역의 경제회복을 이끈 버팀목은 낮은 이자율과 적자재정, 수출 급성장, 부실기업의 외국판매와 외국자본 유치 등이었다. 포브스는 그러나 불안한 정정으로 외국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데다 내수가 줄고 은행대출이 바닥에 이르렀으며 구조조정도 말로 그치고 있어 외부지원없이 자립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고 경고했다.
위기의 조짐은 1997년 7월 아시아 경제위기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던 대달러 화폐가치의 하락과 주식시장의 침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태국에서는 심리적인 저항선이라던 달러당 40바트선을 넘어 7일 현재 41.440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지난해보다 각각 20%, 12%가 평가절하됐다.
통화가치의 하락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태국은 43%, 인도네시아는 45%가 추락했다. ADB가 경제회복을 위해 주식시장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특별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막대한 부실채권과 외채는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 6월 29일 총부채규모가 920억 달러로 전에 비해 200억 달러가 늘어났고 필리핀도 1997년 이후 20% 늘어 3월말 현재 540억 달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1997년 말에 740억 달러에서 1,690억 달러로 높아지면서 위험국가 군으로 분류됐다.
포브스는 아시아 국가에서 ‘부채폭탄’이 제거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소수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특히 족벌경영체제가 개혁을 거부하면서 정치세력을 동원해 그 부담을 공공에 전가시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포브스는 그러나 이러한 조짐이 1997~1998년에 나타났던 급격한 경제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불안의 조짐이 해당국의 정정불안과 특수한 경제사정에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시적으로 보인 경제성장은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 남미처럼 주기적으로 역류를 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회복은 정부 재정지출확대에 따른 결과이며 외환위기 당시의 문제들은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도 “아시아는 고인플레, 고평가된 주식의 투매, 대폭적인 수지불균형으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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