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4차 동아시아여성포럼에서 한국 대표들은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주최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50명이 참가해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지만 막상 각국의 여성실태 보고에서는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개막식에서 연설한 장보야(張博雅) 대만 내무부장관이 "한국은 비례대표의원 30% 여성할당제를 실시해 모범이 됐다"고 치사한 것이다.
4월 총선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정당별로 여성을 30% 할당하도록 한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다. 한국 대표들은 "정당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지킨 경우도 당선권 밖에 공천하는 식으로 유명무실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여권(女權)이 높은 나라다. 기혼여성의 90%가 직업이 있다.
치마를 입은 채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여성이나 저녁 식사로 도시락을 사 들고 퇴근하는 남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각료의 25%가 여성인데 힘있는 장관들이 많다. 부총통을 비롯해 내각에서 가장 중요한 내무부장관과 교통, 건설, 문화관광, 정보통신 업무를 총괄하는 교통부장관이 여성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다"며 40% 를 목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한 147개국 정상 가운데 여성이 불과 8명인 것을 보면 정치는 아직까지 여성의 미답지인가 보다.
한 대만 대표는 "정치는 사회 다른 분야의 평등지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21세기의 열등 부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생활과학부기자
dongsun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