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국민투표를 금지해온 독일에서 최근 국민투표제 도입을 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집권 사민당이 국가 주요 이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개헌을 추진하자 야당인 기민당은 국민투표가 민주주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사민당의 프란츠 뮌테페링 사무총장은 6일 브라운쉬바이거 신문과의 회견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가 의회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얻기 위해 가을부터 개헌운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이제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라며 “그러나 동구의 유럽연합(EU가)입 문제와 공직 임명, 공공비용 사용계획 등은 투표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개헌 추진에 대해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은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보수적인 기민당은 반대하고 있다.
기민당의 프리드버트 플뤼거 의원은 MDR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국민투표는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서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히 ‘예스’나 ‘노’로 판가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여론은 일단 국민투표를 도입하자는 쪽이 우세하다. 디보헤 신문이 1,000명을 대상으로 폴란드나 체코공화국의 EU가입문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57%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이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달리 연방차원에서 그동안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1920년대와 1930년대 국민투표를 남용했던 사실 때문이다.
나치 지도자 히틀러가 1933년 국제연맹과 제네바군축회의 탈퇴 결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할 때 국민투표를 들고 나왔고 바이마르공화국이 지방 의회를 해산시키기 위해 국민투표를 빈번히 실시했다.
뮌테페링 사무총장은 이러한 역사를 상기시키면서도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는 안정돼 있어 그러한 위험이 사라졌다”며 도입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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