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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탁방지법' 정치자금도 포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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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탁방지법' 정치자금도 포함하라

입력
200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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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패척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세탁방지법의 하나로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안’과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그러나 부패척결을 위한 법률안을 만들면서 부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정치자금을 자금세탁 처벌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논란이 일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정치자금을 포함할 경우 필시 1997년 자금세탁방지법이 정치권의 반발로 국회통과가 무산되었듯이 또다시 그러한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여 우선 급한대로 정치자금을 제외한 모든 검은 돈의 세탁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정치자금의 포함은 차치하더라도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두가지 법률안은 금융기관의 이용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자금세탁 행위를 방지하고 자본의 해외도피를 방지할 뿐 아니라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질서를 확립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서둘러 이 법안들을 제정하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범죄조직들이 우리나라를 통해 검은 돈을 세탁하는 행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년 1월1일 시행예정인 제2단계 외환자유 조치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불법자금의 유출입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먼저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은 금융기관을 통한 검은 돈의 세탁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재경부에 금융정보분석실(FIU)을 설치하고 모든 금융기관이 보고하는 혐의거래 정보 및 외국 FIU가 제공하는 정보 등을 분석해 수사기관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금융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금융거래로서 불법 재산이라는 의심이 있거나 자금세탁 행위의 의심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FIU에 보고하여야 한다.

그 다음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안’은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자금세탁행위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범죄수익의 은닉, 가장행위를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나눠 가진 사람도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 법률안은 마약이나 밀수, 조직범죄, 탈세범죄, 공무원 뇌물범죄, 해외재산 도피범죄 등을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우리나라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마약이나 밀수 등의 범죄수익에 대한 자금세탁 보다는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세탁이 전통적으로 더 많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음성적인 도움까지도 제공되고 있어 정치자금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면 자금세탁방지의 효과가 실로 불완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숨겨진 자금의 규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나 김현철 비자금 의혹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여당의 선거자금수사 축소파문에서도 보듯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와 세탁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어떤 정치자금은 정치권과 범죄집단의 공생관계를 유지해주는 고리가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정경유착의 고리로 작용하는 정치자금은 우리 시장경제질서를 파괴하는 암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FIU의 정치적 중립성과 정치자금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국의 관례를 들어 정치자금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모양이지만 금융실명제가 잘 정착되어 있고 여러가지 투명한 정치자금 수수 장치를 갖고 있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른 시일내에 정치자금도 자금세탁방지법의 처벌대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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