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제로 국제정치무대에서 사사건건 맞부딪치는 미국과 중국.두 나라는 여자축구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맞수이다. 지난 해 미국여자월드컵 결승 때는 중국 장쩌민 주석이 전화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결승전을 직접 관전하는 등 국가 정상간의 묘한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 라이벌은 120분간의 혈투도 모자라 결국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린 끝에 미국이 우승컵을 차지했었다.
세계 여자축구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이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같은 조에서 만난다. 첫 대결은 17일. 이변이 없는 한 두 나라는 조1,2위로 준결승에 진출할 전망이어서 결승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7월 골드컵 우승 등 올해에만 5번이나 정상에 선 여자축구 세계 최강이다. 중국은 아시아 선수권 7連覇(連覇)를 달성한 나라로 아시아에서는 상대가 없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번번히 미국이라는 '훼방꾼'을 만났다. 중국은 올해 6월 호주 퍼시픽컵에서도 미국과 격돌했는데 예선에서 미국을 꺾고도 정작 결승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96애틀랜타올림픽 결승에서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따라서 시드니올림픽은 중국으로서는 설욕전이고 미국으로서는 방어전이 되는 셈이다.
두 나라의 대결은 바로 골잡이들의 자존심싸움이나 다름없다. 미아 햄(28o미국)과 순웬(27o중국). 전문가들은 이들의 싸움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아 햄은 미국 여자축구 최고의 인기스타로 국제경기에 206회 출전해 125골을 기록해 남녀를 통틀어 최다 득점자이다.
따라서 미아 햄이 넣는 골은 연일 신기록이 되고 있다. 남자선수인 푸스카스(헝거리)가 83골로 1위, 펠레(브라질) 가 77골로 2위인 점을 미루어 볼 때 햄의 기록은 대단한 것이다. 15세 때 대표팀에 발탁돼 91중국월드컵과 96애틀랜타올림픽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순웬은 99년 미국여자월드컵 득점왕(7골)과 MVP를 차지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슈팅력은 물론 명석한 두뇌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한다. 문학적 재능도 뛰어나 신문에 시를 기고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팀 주장인 순웬은 "99년 월드컵 때처럼 미국에게 우승컵을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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