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제3차 오일쇼크’ 먹구름에 휩싸였다. ‘저물가’ 기반 위에 안정성장과 경상수지 흑자 달성을 골간으로 했던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목표도 전면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배럴당 30달러대의 고유가 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운용기조의 조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 전환 타이밍을 놓칠 경우 내년 이후 경기침체와 물가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7일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도입원유의 절대물량을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유(10월 도입분)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5일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6일 또다시 31.17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준유가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배럴당 33.88달러에서 35.04달러로 1달러 이상 급등했다.
현재로선 증산규모를 결정할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이후에도 유가의 획기적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해 난방용 기름수요가 절정에 달할 연말에는 ‘40달러 유가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당장 국내 기름값의 자동인상으로 공공요금, 공산품, 개인서비스 요금 등 전체 생산·소비자물가의 연쇄적 인상이 뒤따르게 된다.
또 원유 도입단가 상승으로 수입은 급증하고, 세계 경제의 동시 침체로 수출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기반 붕괴와 실물경기의 후퇴가 수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정부는 정책기조의 변화없이 국내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유가 마지노선을 배럴당 30달러로 상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만약 3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경제운용 기조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며 최종적으론 물가를 방어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해 강도높은 안정화 시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국제원유가가 7일 35달러를 돌파,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10월 인도분)는 이날 뉴욕상품거래소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34.90달러에 거래가 시작, 29센트 오른 35.19달러를 기록했다고 경제전문 통신인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또다시 상승한 것은 미 석유협회(API)가 이날 석유재고량이 2억8,910만배럴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런던시장의 브렌트유(10월 인도분)도 이날 배럴당 1달러30센트나 폭등, 34.2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천연가스 개발 회사인 아파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로저 프랭크는 “최근의 원유수급 불균형은 20년만에 처음”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해 10일부터 빈에서 열리는 OPEC 각료회의에서 증산을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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