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초강세다. 이는 지난 90년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특히 국내 주수입선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어서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에게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세계에너지경제연구소는 오는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는 4·4분기 배럴당 31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겨울철 수요급증으로 5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IMF체제 진입 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어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정부는 경제운용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 같아 난감할 뿐이다.
문제는 우리 산업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와 석유를 물처럼 쓰는 과소비 행태다. 90년대 석유소비증가율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1~2%에 그친 반면 우리는 10%를 넘었다.
하루 소비량은 세계에서 6번째라고 한다. 미국계 금융기관인 메릴린치가 최근 ‘세계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이 국제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할 정도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국민총생산의 0.15%인 8억6,000만달러가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물가는 0.27% 상승하고, 국제수지는 10억달러 가량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정부는 최근 경유 등에 대한 세율인상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고유가 시대를 대처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는 ‘천수답’처럼 하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개편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95년 이후 사실상 중단되고 있는 해외유전개발사업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자체 해외원유개발사업으로 확보한 물량이 전체 도입량의 16%에 달하지만 우리는 고작 1.8%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역시 절약밖에 없다. 정부나 소비자 모두 70년대 오일쇼크 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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