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한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병원마다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의 단말마 같은 신음소리가 가득하다.언제 돌아올지 모를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대기실 소파에 누운 환자, 강제 퇴원 조치에 항의하다 분노와 서러움에 목 놓아 우는 환자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환자야 죽든 말든, 그 가족이 욕을 하건 말건, 아무 관심도 없다는 태도다. 오직 의사의 업권 보장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듯, 오히려 폐업과 파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업에 복귀해 일하면서 제도를 바꾸어 나가도록 젊은 의사들을 설득해야 할 의과대학 교수들마저 또 가운을 벗어 던졌고, 정상진료에 복귀했던 동네 병·의원들도 다시 문을 닫았다.
그것도 모자라 의사협회는 15일부터는 전국 일제폐업을 결의, 또 한차례 의료공황을 예고했다.
진보적인 의사단체들과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조가 보다 못해 즉각적인 현업 복귀를 촉구하고 나서고, 정부가 대화를 제의해도 의사들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늘려가고 있다.
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가 내놓은 새 요구사항들을 “초법적인 권한을 갖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한 인도주의 실천의사협회의 성명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약사법 재개정 등 그들의 요구사항이 지나치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가령 국무총리 산하에 구성된 보건의료발전특위를 대통령 직속의 상설 의결기구 및 집행기구로 하고, 그 위원의 다수를 의사들이 차지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보자. 보건 의료제도의 집행권까지 갖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쟁투의 요구대로라면 약국에서 알약을 팔 때도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해 판매대장에 적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일반약품은 슈퍼마켓에서 팔게 하자면 의권은 완전무결하게 챙기고 약사의 권한은 박탈당해도 좋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투쟁명분과 주장에도 배치된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 국민 개개인을 모두 이롭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어떤 법과 제도도 보편타당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일에서 어느 한쪽의 이익만 관철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 모처럼 정부가 의료제도 전반을 개혁할 의지를 천명했고, 구속자 석방문제 등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이쯤에서 파업을 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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