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뉴욕 방문 무산을 바라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공통된 시각은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두 정상은 7일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공감대를 확인하고 김 위원장의 ‘과잉 검색’ 파문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프랑크푸르트공항의 ‘돌발 사건’으로 남북관계 진전,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큰 흐름이 역류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저변에 깔고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남북 관계보다는 최근 해빙의 실마리를 모색중인 북미 관계가 다시 얼어붙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남북 관계는 ‘김영남 파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한측도 “이번 사건은 북미간 문제로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북미 관계의 개선 여부가 한반도 평화구축이나 남북 교류·협력의 진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파문의 원만한 수습은 우리의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사건의 잘잘못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해결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정상은 파문이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듯 했다. 미국이 고위당국자의 이름으로 북한에 유감서한을 보냈고, 북한과 가까운 중국도 이를 해프닝으로 판단하는 등 미국의 ‘고의없음’이 어느 정도는 인정되고 있어 북한의 격한 반응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 공산이 크다.
북한이 제한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한국과 미국이 국제사회에 북한이 나오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 등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들이다. 한·미 두 정상은 이를 토대로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은 해법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인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물밑대화를 통해 적절한 명분을 제시,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줘 다시 미국과의 대화, 국제사회와의 접촉에 나서도록 하는 공통의 ‘카드’가 마련됐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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