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자키 야마니는 ‘석유정치’의 대명사였다. 25년동안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장관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략을 주도했고, 석유위기가 세계를 뒤흔들던 70년대와 80년대초 그의 한마디가 세계 석유선물시장을 춤추게 만들었다.최근 그가 한마디 했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나지 않았듯이 석유시대도 끝나, 석유는 아무 쓸모 없이 땅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석유시대의 종언을 예언하는 야마니의 논리는 ‘신기술에 의한 석유 축출’이다. OPEC가 석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석유소비는 줄어들고 하이브리드 엔진과 수소연료가 개발되어 결국에 석유값은 폭락하고 말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우리같은 석유소비국은 춤을 출 일이다. 그러나 석유값과 관련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던진 점괘는 그렇게 신통치 않았다.
■우리나라에 고유가 비상이 걸렸다. 연간 300억달러어치 석유를 수입하는 판이니 당연하다. 메릴린치가 분석한 것을 보면 고유가로 가장 타격을 받을 지역은 아시아이고 그 중에서도 한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 가장 극심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과 선진국은 70년대 고유가로 혼쭐이 나면서 대체에너지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산업을 에너지효율 구조로 바꾸어놓았다. 영국같은 나라는 70년대 석유위기 이후 당당한 산유국이 됐지만 석유소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증가율 세계 1위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없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을 구호로 만 외치지 심각해 하지 않았다. 나라돈을 방만하기 이를데 없이 쓰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다보니 미래를 향한 허리띠 조르기를 요구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처럼 대형승용차 양산을 조장하는 나라가 미국말고 어디 있는가. 그저 야마니의 예언이 맞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꼴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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