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ㆍ시인ㆍ독립운동가. 인명사전은 만해 한용운(1879~1944)을 이렇게 요약한다.더 풀면 `님의 침묵'의 시인, `불교유신론' 등 여러 권의 불교 저술을 남겼고 선ㆍ교(禪ㆍ敎) 양종을 아우른 승려, 3ㆍ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에 포함된 독립운동가로 줄일 수 있다. 거인의 풍모를 단 한 줄로 요약하는 데서오는 아쉬움을 시인 고은이 평전으로 풀어냈다.
고은의 '한용운 평전' 은 만해의 파란만장한 삶과 불교 철학, 문학 세계를 샅샅이 보여주고 있다. 한때 승려 생활을 했던 지은이는 이 책에서 불가의 전통과 철학, 고승들의 일화를 두루 꿰고 있다.
'님의 침묵' 에 대해 아예 한 장(28쪽)을 할애한 것이나 곳곳에서 만해의 시와 소설을 자세히 다루고 있음은 시인이 쓴 평전이기 때문이다.
405쪽의 적지않은 분량의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은 지은이의 달변과 수시로 끼어드는 상상력 덕분이다.
그리하여 만해 한용운의 일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평전의 일반적 형식을 따라 지은이는 한용운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시간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평전이 갖춰야 할 정확함을 위해 몇 가지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 있다.
예컨대 그의 집안이 충남 홍성의 세가(歲家)라든지, 그의 아버지가 동학혁명군이었으며 그는 을미사변 때 의병에 참가했다든지 하는 것은 위인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그는 몰락한 양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지방군대의 군속으로 동학혁명군 진압에 참가했으며, 을미의병설은 당시 만해가 이미 출가한 뒤라 때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초반에 이러한 몇 가지 점검을 하고 나서 그 뒤로는 매우 자유롭게 흘러간다.
지은이는 다분히 시인다운 상상력을 동원해 만해의 온갖 기행이며 파란곡절의 행로를 영화처럼 그려냄으로써 인간 한용운의 체취를 속속들이 전하고 있다.
그가 살았던 구한말부터 일제 말까지의 시대 배경을 촘촘하게 교직해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못마땅한 점은 여러 군데서 어법에 안맞는 문장과 중요한 연도의 오기가 발견된다.
"한용운은 아내의 임신이 준 충격과 함께 그에게 더 큰 자극을 준 사실은 일러전쟁의 대규모 상황이었다" (141쪽)처럼 주어와 술어 관계가 안맞는 문장, '1867년 19세 입산설' (82쪽, 그 때는 만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1897년이 맞다. ) 같은 오류는 꼼꼼한 독자라면 짜증낼 일이다.
평전에 연보가 빠진 것도 서운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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