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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내국인학생 외국인학교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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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내국인학생 외국인학교 입학

입력
200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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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부모와 함께 외국서 살면서 현지 학교에 2년 이상 다닌 학생은 귀국후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교육부는 국내학교에 적응이 어려운 학생들을 구제하고 국제화시대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으나, 공교육 위축과 외국인학교 설립취지 변질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찬성

/김왕복 교육부 교육자치지원국장

교육부가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에서 부유층에 대한 특혜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를 졸업해도 특혜는 없으며 다만 외국서 살다 귀국한 학생에게 교육선택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 주요 취지임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 한국계 혼혈아, 외국계로서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와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자, 5년 이상 해외에거주하다 일시귀국한 해외교포 자녀 등으로 제한돼있다.

하지만 상사 주재원이나 파견 공무원, 외국·국제기구근무자, 유학생인 부모와 함께 외국서 살다 귀국한 학생중에는 국내·외 교육 환경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교육당국은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더욱이 이들중에는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진학문제 등으로 다시 외국으로 유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유학에 드는 외화도 아끼고 이들이 외국에서 홀로 지내면서 겪는 생활이나 정서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인학교 입학은 정원의 30%까지로 제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이 제도로 외국인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4,693명으로 금년 4월 현재 초·중·고 재학생의 0.06%에 불과하다.

또 대학 특례입학 대상자는 현재 대학별로 정원의 2% 내에서 정원외로 선발하기때문에 이들에게 외국인학교 입학을 허용해도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국내 일반 학생들이 받을 피해도 전혀 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지식 창출이 국가경쟁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로 사회전반에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위해 세계 각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의 교육이 성공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대

/김정금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녀에게 자국의 문화를 배우고 모국에 대한 정체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받게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 아이들이 내 나라에서 외국인을 위한 학교에 다니며 외국 국가를 부르고 외국 국기에 경례하면서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공적인 영역에서 모국어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수용할 수 있는 일인가.

모국에 있는 아이들은 누구나 모국어로 말하고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게 아닌가. 국가가 자국에서 자국민이 외국인학교에서 교육받도록 허용 혹은 유도하는 정책을 쓰는 것은 교육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화 추세에 맞춰 외국인학교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대개 세계화 논리를 동원, 외국인의 정체감 확보를 위해 우리가 외국인학교를 지원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점에서 세계화란 외국화이며 구체적으로 서구문화에 대한 종속화에 다름 아닌 것이다.

세계화를 위해 외국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 체제를 통해야 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외국인학교와의 교류를 확대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교환하는 일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소한 이러한 태도가 주권국가로서 세계화시대를 대비하는 자세가 돼야할 것이다.

외국인을 위한 학교에 우리 아이 몇 명을 넣어 외국인들의 손에 의해 그들 나라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교육적인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세계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한 외국인들이 자녀들을 우리나라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고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고 자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를 되새겨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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