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과 검찰의 사이는 멀면 멀수록 좋다. 검찰이 정권과 사이가 가까운지, 먼지를 판가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검찰이 특정사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살펴 보면 금새 알 수가 있다. 최근의 선거사범 수사와 한빛은행 거액대출 사건을 사람들은 그런 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한빛은행 거액대출 사건은 그 실체적 진실을 떠나 검찰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것 같다. 검찰 수사에서는 은행 지점장이 개입된 단순 대출사기극 쪽으로 가고 있는데, 사건의 주요 관련자인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은 이를 비웃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사건은 권력이 주도 면밀하게 개입한 거액 부정대출 사건이다. 그는 1년여 검찰 수사망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쪽을 더 신뢰할까. 도망자의 말을, 아니면 국가 사정기관의 중추인 검찰의 수사를.
■검찰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건들은 정말로 간여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그러나 어쩌랴.
국가소추주의(형사법 246조)에 따라 공소를 제기 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뿐이다. 경찰도 있고, 감사원 국정원도 있지만 죄에 대해 재판에 회부할 권한을 가진 기관은 검찰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검찰은 기소 편의주의(형사법 247조)에 따라 죄가 있다 하더라도 재판에 넘기지 않을 권한도 갖고 있다. 기소된 의원의 수가 여당보다 야당쪽이 훨씬 많은 것을 두고 편파수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정권과 검찰이 가까워진 것은 5공 이후라는게 정설이다. 실제로 5공전에는 정권이 검찰에 기댄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오래지 않은 YS 정권때, 권력이 검찰을 얼마나 연약하게 만드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일이 있었다. 12·12, 5·18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변화가 그것이다.
검찰은 처음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결국 특별법에 근거, 두 전직대통령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정권이 간여한 탓이다. 검찰이 신뢰를 받지 못할 경우 정권은 그에 대한 책임을 언젠가는 지게 마련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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