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희원기자의 패션 볏기기 / 패션쇼 왜 돈많이 드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희원기자의 패션 볏기기 / 패션쇼 왜 돈많이 드나

입력
2000.09.07 00:00
0 0

지난 2주 동안 티파니, 샤넬, 겐조, 아이그너, 한송쿠튀르 등 수많은 패션쇼가 열린 것을 기억하십니까? 장소는 하얏트, 메리어트, 인터콘티넨탈 등 특급 호텔이었죠.쇼에 가면 근사한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대접 받고 화장품, 스카프, 가방 같은 선물도 받아갑니다. 쇼를 진행한 관계자는 "쇼 한번에 8,000만~1억원이 든다"고 말합니다.

회사측은 쉬쉬했지만 어떤 쇼는 3억원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습니다.

그러나 평생 패션쇼 한번 가보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패션쇼가 이렇게 많은데 보통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꾸로 그렇다면 왜 패션관련 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거창하게 쇼를 여는 걸까요?

호텔에서 열리는 쇼들은 대부분 초청자가 제한됩니다. 초청장 없이는 호텔 문조차 통과할 수 없는 쇼도 있습니다.

케이블TV에서 볼 수 있는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오트쿠튀르(고급맞춤복) 쇼도 입장권 구하기 힘들 때가 있지만 그와는 다릅니다.

프레타포르테 같은 쇼는 매장을 운영하는 바이어에게 한 철 미리 옷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기 위한 쇼지만 의류업체가 유통을 겸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주문 받는 쇼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패션쇼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바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디자인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쇼 등을 제외하면 호텔에서 열리는 쇼는 단골고객, 연예인, 신문 잡지의 패션담당 기자, 업계 관계자로 채워집니다.

특히 고객들을 위해선 따로 시간을 잡아 쇼를 열기도 하는데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로 삼는 거죠. 호텔에서 옷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선물도 받아가니 말입니다.

한번은 국내 한 디자이너가 덕수궁에서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패션쇼를 열고 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플라자호텔에서 식사를 대접했답니다. 훌쩍 1,000만원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호텔에서 쇼를 연 것보다는 싸게 먹혔지만요.

지난 1일 샤넬쇼에는 채시라· 김태욱 부부, 황신혜, 최명길, 이태란, 정경순, 추상미, 채림, 이은희, 그리고 수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중 몇 명은 샤넬 로고가 박힌 스타킹을 신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샤넬측에서 미리 선물로 보내준 덕분이죠.

스타킹은 시가 20만원정도. 때론 7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물하는 브랜드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연예인들이 한번 입으면 홍보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겠죠.

쇼를 열고 나면 매장에선 즉각 반응이 옵니다. "쇼에 나왔던 옷이 어떤 거냐"고 찾는 고객들이 있는 거죠. 고가 여성복 브랜드의 한 숍마스터(매장 책임자)는 "고정적으로 한 달에 몇 벌씩 사 입는 속칭 '왕단골'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겐 따로 명절선물을 마련할 정도로 관리가 각별하다"고 말합니다.

고가일수록 이름은 유명해도 실제 사 입는 사람이 적은 게 당연하겠죠? 그 많은 쇼가 소리없이, 거창하게 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