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예금 만기도래 등으로 연내 부동자금화할 규모가 120조원 대에 달해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6일 "각 은행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결과 8월말 현재 190조원 규모의 은행 정기예금 가운데 연내 만기도래분이 45%선인 85조원 가량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MMDA(수시입출금식 예금) 36조원 등을 포함하면 총 121조원 가량의 자금이 10~12월 중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떠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내년부터 예금 부분보장제가 시행돼 대규모 표류자금'이 우량은행으로 한꺼번에 쏠릴 경우 기업 대출을 많이 취급해 온 '비우량은행'의경영난과 함게 산업자금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H은행 관계자는 "8월말 현재 정기 예금 22조 4,860억원 가운데 49.5%인 11조 1,305억원의 만기가 연내에 돌아올 예정"이라며 "벌써부터 일선 창구에는 은행 구조조정 일정과 은행의 장래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대이동'이 시작될 경우 이들 120조원 규모의 부동자금 향배에 따라 200조원 대의 자금이 추가로 휩쓸려 다닐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개미군단'이 주로 가입해 있는 요구불예금 22조 9,000억원과 저축예금(MMDA 이외) 60조원은 물론, 내년 이후 만기가 닥칠 100조원대의 정기계금도 기존 은행 상품 중도해약→새 상품 가입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옮겨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예금보호 대상 금액을 2,000만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금융구조조정 방향이 명확하게 확정되기전까지는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지동식(경영학 박사) 연구위원은 "공적자금 투입 규모, 방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논란이 장기화하는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재 금융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대비책을 촉구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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