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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자부심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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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자부심과 고민

입력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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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베니스 영화제“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미래적이다. 올해 베를린이 할리우드에 추파를 던졌고 칸이 20세기에의 헌사로 가득했다면, 베니스는 독창적인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57회 베니스영화제에 참가한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성일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영화제는 새로운 천년에 가야할 길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그것은 화려한 잔치도 아니고, 할리우드에 대한 굴복도 아니고, 영화의 깊이와 새로움에 대한 관심이다.

2000년의 베니스는 겉만 화려한 잔치판을 싫어했다.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들의 홍보장으로 이용되는 것도 싫어했다.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지켜온 감독들과 자기 색깔이 분명한 신인급들을 거리낌없이 불러들였다.

1993년 ‘숏컷’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로버트 알트먼과 1983년 공로상을 주었던 포르투갈 거장 마뉴엘 올리비에라, 영국의 샐리 포터를 다시 불렀다.

그런가 하면 신예인 홍콩의 프르트 첸, 한국의 김기덕, 프랑스 라울 루이즈도 나란히 서게 했다.

첨탄 컴퓨터 테크놀로지 세대 감독인 포르투갈 신인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데뷔작‘오 판타스마’를 장편경쟁부문에 포함시켰다.

막판에 로카르노로 가려는 중국 지아 장커 감독의 ‘플랫폼’까지 경쟁부문에 참가했다. ‘플랫폼’은 지난해 부산프로묘션플랜에서 제작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다. 베니스는 12명의 감독을 처음으로 본선에 올렸고, 비경쟁을 포함해 장편에만 13명의 신인을 초청했다.

반면 ‘스몰 타임 크룩스’의 우디 앨런, ‘형제’의 키타노 타케시, ‘이탈리아에서 나의 여행’의 마틴 스콜세즈, ‘시간과 파도’서극, ‘숨어있는 것’의 로버트 저메키스 같은 스타들을 비경쟁 부문으로 돌렸다.

이는 베니스가 그만큼 수준에서 자신있다는 표현이자, 베니스가 단순한 이름이나 겉모양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키타노 타케시는 (1997년 ‘하나비’로) 황금종려상을 한 번 탔다. 그런 그가 다시 경쟁부문에 나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잘라 말했다.

칸의 화려함, 베를린의 정치성과는 차별성을 선언한 올 베니스영화제의 장편경쟁작은 선언만큼이나 다양하다.

이탈리아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댄티’처럼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이미지 중심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알트먼 감독의 ‘T박사와 여성’은 가정에서의 중년 남성의 여성수난사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마르코 툴리오 지오다나의 ‘100보’는 마피아의 세계를 폭로하고, 리투아니아 신예 사루나스 바루타스의 ‘자유’는 마약을 팔러 배를 탔다 해안에 버려진 삶을 다뤘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베니스는 ‘인간성의 회복과 가정의 복원’이라는 미래의 영화를 꿈꾼다.

베니스도 고민은 있다. 작품만 평가하는 영화제가 갖는 초라함이다. 리도 섬에 도착해도 도대체 영화제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토론토영화제를 모델로 삼아 카지노극장 3층에 프로모션을 위한 ‘인더스트리 오피스’를 만들었고 올해는 32개국 616개 영화사가 참가했다고 공식발표는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섬’의 현지 홍보를 맡은 마르지아 밀라네시씨는 “지리적으로, 또 영화제의 성격상 쉽게 활성화할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베니스는 끝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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