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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봉 日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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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봉 日 애니

입력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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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 3차 개방으로 애니메이션의 극장 상영이 가능하게 됐다.개방의 1호 수혜자인 무협애니메이션 '무사 쥬베이'가 30일 개봉한다. '무사 쥬베이'는 '공각기동대'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일본 애니메이션, 저패니메이션에 대한 마니아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상당한 충격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가족주의나 정의를 내세우거나 기껏 아이들이 무지막지하게 욕을 해대는 '사우스 파크' 가 파격으로 대접받는데 비하면, 가히 충격적인 소재와 표현양식을 구사한다.

도쿠가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사 쥬베이' 의 화면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동양화를 보듯 먹선이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면서 무협과 잘 어울린다.

^이야기 구조에서도 치밀하고 화려하다.

손에 들고 있던 주먹밥을 하늘로 던지고 그 밥이 손에 닿기 전 두 명의 적을 베어 버리는 신기의 검술을 가진 쥬베이는 '황야의 무법자'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말수가 적고 고독한 자이다.

그는 여무사 카게로를 구해준 것을 인연으로 8명의 요괴와 대적하게 된다. 쥬베이는 그들을 처지하고 나서 비로소 사건이 도요토미 막부를 재건하려는 정치적 음모였음을 알게된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하나의 사건을 파헤침으로써 전혀 다른 거대 사건과 접하게 되는 치밀한 할리우드식 시나리오의 문법과 흡사하다.

8명의 요괴 역시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의 깊이를 맛보게 한다. 뱀문신을 한 아름다운 여성처럼 보이나 실은 살아있는 뱀으로 옷을 대신한 베니자토는 적을 공격할 때 다리 사이에서 나오는 뱀이 적을 공격하는 데 성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맛을 내는 핵심 양념은 섹스와 피다. 그림자로 비치는 장군의 섹스장면과 소리는 매우 생생하고, 겁탈 장면 역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피의 향연 역시 기존 애니메이션 수준을 넘어선다.

쥬베이는 요괴의 우두머리인 환생 요괴 겐마를 머리로 찧어 죽이고 다시 살아나자 이번에는 칼로 머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칼에 박힌 머리가 쭉 훑어 내려 오면서 머리를 반토막 나게 한다.

이점이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른 나라 것에 비해 감각적ㆍ자극적이면서도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는 요소다.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죽음의 방식을 게임화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정서적 충격이 강한 만큼 감동과 여운이 부족하다.

만화가 현실의 피난처라면, 일본 만화는 밝지 않은 도피처인 셈이다.

개방 1호인 만큼 센세이셔널한 작품이 선택된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전반에 흐르는 섹스와 피의 논리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매우 세련된, 그러나 세기말적 정서로 포장돼 있다.

가와지리 요시야키(50)는 하드고어(피가 철철 흐르는)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불리며, '요수도시' '마계도시 신주쿠' 등에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으로 전세계에 팬을 거느린 인기 감독이다. '무사 쥬베이'는 1993년 작품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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