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안타깝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김대중 대통령이 6일 오전(한국시간) 뉴욕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과잉검색 시비를 이유로 뉴욕 방문을 취소했다는 최종 보고를 받고 던진 말이다.
김 대통령의 아쉬움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무산된 데 따른 것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등 10여개국 수반들과 회담을 갖고 클린턴 미대통령의 만찬에 참석하는 등 북한이 국제 외교의 중심 무대에서 부각되는 기회를 잃게된 사실이 더 아까운 것이다.
북한의 위상 제고는 ‘대등해야 대화가 된다’는 상식론에 비춰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게 김 대통령의 일관된 인식이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 북한측 입장에만 서지는 않고 있다. 아주 신중하고 중립적이다.
김 대통령은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착하기 3시간 전인 6일 새벽 0시50분 기내에서 “김 위원장이 방미취소 회견을 했다”는 중간보고를 받았을 때 “상황을 자세히 파악해보라”며 말을 아꼈다. 기본적으로 이 사건이 북·미간 문제인데다 전말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도상으로도 남북관계와 한·미, 북·미 관계가 대치적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보완적 ‘윈 윈 게임’으로 변해있어, 모두가 ‘면’을 세울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김하중 외교안보수석, 박준영 대변인이 김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후 “정확히 전말이 밝혀져 오해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서도 ‘원만한 봉합’을 바라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다.
김 수석은 또 “추측이지만 북·미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의 뜻이 전달되면 예상보다 빨리 상황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특히 “미국도 김 위원장의 방미 무산을 아쉬워하고 있어 뭔가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막후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돕고자 하는 김 대통령의 구상이 엿보인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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