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차 뉴욕으로 가려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5일 독일공항에서 미 항공사측의 무례한 검색에 항의, 방미를 취소하는 일이 생겼다.경위야 어찌됐든 유감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김위원장은 뉴욕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6·15선언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또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 미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다.
무례한 검색 까닭이 무엇인지 미 항공사의 속내를 알길이 없다. 하지만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위한 일상 업무 중 일어난 사실이라면 북한측도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해야 할 줄 안다.
만약 북한측 주장대로 다분히 ‘의도된 무례’였다면 미국이 비난을 면키 어렵다. 미 항공사는 김위원장에 대해 국제관례에 따른 의전을 갖추어야 할 책임이 있다.
비록 명목상이라 해도 김위원장은 북한의 엄연한 국가원수다. 또 북한 최고위 인사로서는 최초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 등이 널리 예고도 돼 있었다.
북한은 즉각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기류를 나타냈던 북미관계가 다시 상당기간 결빙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대해 미국도 즉각 백악관이 유감을 표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고, 이 사건을 ‘잘못된 일처리(Mishandling)’라고 항공사측의 실수차원에서 파문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우리는 북미관계의 악화가 남북관계에 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최근 급진전 양상의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기위해 이번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는 사실은 황당하기 까지 하다.
미국이 최초로 북한의 국가원수를 초청, 회담을 갖기로 해놓고 뒤통수를 쳤다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이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북미간의 문제로, 남북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
더욱이 이같은 사실을 북한이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전달해 온 점은 고무적이다. 남북간의 신뢰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함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유엔무대에서 남북한 지도자가 화해와 협력을 논의함으로써 국제적 공인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 점은 양측 모두에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이 사소한 문제를 하루빨리 털어버리고 다시 관계개선의 길에 나서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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